다음 인상시기 전망 엇갈려…美금리인상 속도·가계부채 등이 변수
"성장주도 IT주·실적 증가 중·소형주 관심 가져야"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0일 기준금리를 6년 5개월 만에 연 1.25%에서 1.50%로 인상했지만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이번 금리인상이 이미 시장에 선반영돼 있고 과거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서 단행된 금리인상과 달리 이번에는 경기회복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 자본유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글로벌 경기회복과 국내 수출 호조, 양호한 수급 상황 등으로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원화 강세로 내수주에 관심을 둘 수도 있지만 시장 주도주인 정보기술(IT)주와 최근 주목받는 중·소형주 등에 관심을 더 둘 것을 증시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다음 금리인상 시기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내년 상반기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더 컸지만 가계부채와 한국은행 총재 교체 시기 등을 고려해 하반기 추가 인상이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 "금리인상은 경기회복 자신감…추가 상승 기대"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인상해 외국인 자금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결정이 과거의 금리인상과는 성격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금리를 인상하면 시장 유동성이 축소되고 증시에서 자본유출 우려가 확대된다. 실제로 2010년대 초반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는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기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뚜렷한 시기다.
선진국 경기 호조로 국내 기업의 수출이 계속 늘고 이에 따른 실적 개선이 지속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에게 국내 증시가 매력적인 상황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매입하는 이유는 단순하다"며 "수출 호조 속에 전기전자·화학 등 주력 업종의 수익성이 개선되며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은의 이번 결정은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 1.00∼1.25% 수준인 정책금리를 인상하면 금리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도 사전에 차단했다.
시장에선 한은의 이번 금리인상을 경기회복의 정상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리인상으로 원화가 조금 더 강세 현상을 이어갈 수 있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다면 오히려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것이다.
채권시장도 이번 금리인상이 시장에 영향을 줄 재료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채권금리가 하향 안정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이슬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은 1년이 안 되는 기간 안에 5차례 연속적 금리인상이 있었던 과거와는 다른 점진적인 인상이 전개될 것"이라며 "국고채 3년물 이하 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현재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격차를 보면 이미 두 차례의 금리인상이 반영돼 있다"며 "시장의 관심은 오늘 금리인상보다 다음번 인상이 언제인지에 있다"고 진단했다.
◇ 다음 인상 시기 엇갈려·美금리인상 속도·가계부채 등 변수
한은의 다음 금리인상 시기를 두고는 증시 전문가들 간에도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횟수는 두 차례 정도를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내년에 기준금리가 두 차례 정도 올라갈 것"이라며 "상반기 중에 한두 차례 올리고, 만약 상반기에 두 차례 인상하면 하반기는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물가 상승 압력이 높지 않아 두 번째 인상 시점은 내년 2분기에 무게(70%)를 두고 있다"며 "세법개정안 통과 이후 미국 연준의 내년 금리인상 기대가 지금의 3회에서 4회로 바뀌면 국내 역시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순 있다"고 진단했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내년 상반기, 하반기 한 차례씩 두 차례 정도 더 점진적으로 올릴 것"이라며 "가계부채가 많아 금리인상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어 올리는 속도는 조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금리인상 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최근 원화 강세로 환율이 이슈가 되고 북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는 모습인 데다 내년부터 가계부채 규제가 시작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종연 팀장은 "다음 금리인상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본다"며 "현재 예상은 내년 3분기를 다음 인상 시점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내년에는 1번 정도 더 인상할 것으로 보이며 시기는 2분기가 적절해 보이지만 한은 총재 교체 시기가 겹쳐서 3분기 중에 0.25%포인트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리는 이른 시일 안에 한 차례 더 올리고 그 이후에는 더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를 계속 올릴 만큼 내수경기가 좋은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성장 주도 IT주·실적 증가 중소형주 관심"
금리가 인상되면 원화 강세가 지속해 수출주 실적이 나빠져 내수주가 관심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 내수가 빠르게 개선되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성장 주도주인 IT주가 계속 매력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금통위와 미국 FOMC 회의 이후 원화 강세, 달러 약세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며 "국내외의 안정적인 경기 회복세, 완만한 원화 약세는 시장 주도주인 IT에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완만한 원화 약세는 외국인 순매수 재개로 이어지며 본격적인 IT와 코스피 가치평가 정상화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에는 금리가 인상되면 수출주에 영향을 줬지만 지금은 과거와 펀더멘털 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선진국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고 물동량 감소, 유가 하락 등으로 국내 수출이 심각하게 훼손됐지만 지금은 글로벌 경기가 확장되는 측면이어서 한국 수출이 가장 직접적인 수혜를 입는 모습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내년에도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현상은 지속할 것"이라며 "12월에는 이에 따른 포트폴리오 재편을 권고하며 경기민감주, 중소형주, 성장주 등의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홍 센터장 역시 "배당을 많이 주는 내수주가 당분간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겠지만 내년 이익 추정치로 보면 내수주보다 IT, 제약, 바이오 등이 좋아지고 있다"며 "중기적으로는 수익 성장이 나는 테크주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희종 팀장은 "증시는 당장 미국 감세안, 전반적인 글로벌 소비 경기 확인 등에 주목하면서 움직일 것"이라며 "은행, 보험주가 수혜주로 꼽힌다"고 말했다.
kak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