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자서전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제게는 '이것이 홈드라마'라는 기준이 있습니다. (…) 한마디로 말해 '둘도 없이 소중하지만 성가시다'. 홈드라마는 이러한 양면을 그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걸어도 걸어도'(2008),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등 가족영화로 관객들에게 각인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말하는 가족의 양면성이다.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고 무엇이든 말할 수 있지만, 동시에 가족이라서 귀찮거나 싫다는 생각도 많다는 것이다. 실생활에서는 후자의 경우가 압도적이라고까지 말한다.
최근 번역·출간된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바다출판사)은 고레에다 감독이 자신의 영화인생 20여 년을 돌아본 자서전이다. 그는 가족영화에 자신의 DNA가 가장 짙게 배어 있다고 말한다. 태풍이 몰아친 날 우연찮게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최근작 '태풍이 지나가고'는 그가 생각하는 가족영화의 요소를 모두 쏟아부었다는 결정판이다.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언어는 "네이티브 창작자의 언어와는 달리 텔레비전 방언이 밴 '변칙적인' 언어"다. 그는 1995년 장편 '환상의 빛'으로 영화 연출을 시작했지만 출발은 TV 다큐멘터리였다. 감독 데뷔 이전 제작한 8편의 다큐멘터리에서 복지의 허상, 대안 교육, 재일 한국인의 삶 등 묵직한 사회적 주제를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책에서 1989년 첫 다큐멘터리 연출작인 '지구'를 시작으로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에 이르기까지 제작 과정의 에피소드를 전하며 연출에 대한 고민도 풀어놓는다. 다큐멘터리가 사실을 토대로 진실을 그린다는 생각에 그는 회의적이다. 다큐멘터리는 다양한 해석 가운데 한 가지를 나름대로 제시할 뿐이라는 것이다.
2009년 '공기인형'에서 함께 작업한 배두나에 대해서는 "빼어난 프로페셔널"이라고 극찬한다. 배두나는 NG를 단 두 번 냈는데, 연기나 대사를 틀린 게 아니라 감정을 참지 못해 울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배두나는 이 영화에서 인간의 감정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는 공기인형 노조미 역을 맡았다.
그동안 각종 영화제에 120여 차례 참가했다는 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발돋움한 데 비해 도쿄국제영화제는 세계적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낸다. '일본은 전 세계가 존경하는 영화감독의 출신국이었다' 같은 낯 뜨거운 홍보문구를 보고는 "영화제는 일본 영화의 매력을 호소하기 위한 장이 아니다"라고 일갈한다.
"제 발밑의 사회와 연결된 어두운 부분을 주시하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외부와 마주하고, 그 좋은 점을 영화 속에서 표현하는 것에 앞으로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지난해 집필한 이 책에 "다음에는 '홈'에서 사회로 시야를 조금 더 넓혀서 법정물에 도전해 보려 합니다"라고 썼다. 그가 살인사건이라는 강렬한 소재를 끌어들여 변신한 법정 스릴러 '세 번째 살인'은 다음달 14일 국내에 개봉한다.
이지수 옮김. 448쪽. 1만8천원.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