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정밀의학·신약개발'이 핵심…'외부조종 캡슐내시경'도 눈길
정부 생명윤리 규제완화로 유전자치료·줄기세포 연구도 탄력받을듯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정부가 30일 내놓은 '혁신성장을 위한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에는 정밀의학 구현과 신약개발 등으로 2022년에는 건강수명을 3살 더 늘리겠다는 게 의료 분야의 목표로 제시됐다. 현재 73세인 한국인의 건강수명을 76세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질병의 예방부터 치료에 이르는 '스마트 의료산업'을 창출함으로써 바이오경제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개인의 질병을 예측하고, 개인별 특성에 맞춘 치료를 제공하는 '정밀의학'(맞춤의학)을 2020년부터 구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정밀의학 구현을 위해서는 속속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는 인공지능(AI)을 기반기술로 활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또 신약 개발주기와 비용을 단축함으로써 2015년 85개였던 신약 후보물질을 2022년에는 129개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이는 우리나라 자체의 신약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정밀의학 구현을 통한 건강수명 연장에 다가설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개인별 유전자변화를 겨냥한 표적치료제 개발은 맞춤치료의 근간일 뿐만 아니라 세계 제약바이오업계의 화두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신약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밖에 세계 최초의 외부조종 캡슐내시경 기술을 개발해 2018년까지 상용화하겠다는 계획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외부조종 캡슐내시경은 알약 크기의 캡슐내시경을 삼킨 다음 의사가 외부에서 조종간(조이스틱)으로 움직이면서 소화기관 내부를 정밀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다.
조이스틱으로 캡슐내시경을 조종하는 것은 전자기장이 자석을 움직이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원통형 전자기장 장치 속에 환자를 뉘인 뒤 조이스틱으로 전자기장을 조종해 캡슐내시경을 움직이며 원하는 장기 내부를 촬영할 수 있다.
이런 캡슐내시경과 같은 마이크로 의료로봇은 한국의 세계경쟁력이 높아 정부의 지원만 있다면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현재 시범사업 수준인 '진료정보 온라인 교류'를 2022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게 완성되면 더는 환자들이 검사결과를 직접 가지고 병원에 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또 환자의 진료비 절감은 물론 중복검사 등의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 이용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런 건강수명 연장이라는 목표 구현을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특히 정밀의학의 핵심으로 꼽히는 유전자치료나 줄기세포치료 분야에서 생명윤리법 등의 과도한 규제가 기술 발전을 저해하고 나아가 국가적인 경쟁력마저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정 유전정보를 선택적으로 편집 또는 교정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의 경우 정부가 나서 혈우병이나 선천성 실명 등의 희귀 유전 질환 치료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만 정밀의학 구현에 다가설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그동안 우리나라는 유전자치료와 관련된 연구를 일부만 허용해 많은 유전자치료 연구자들이 국내가 아닌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날 '제2차 규제혁파를 위한 현장대화'를 주재하면서 "배아줄기세포연구와 유전자가위연구의 허용범위를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의 확대하는 방향으로 생명윤리 규제혁파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를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바이오협회 서정선 회장은 "4차 산업협명의 핵심은 보건의료 분야의 빅테이터 산업화를 통해 정밀의학을 구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방향이 대체로 맞다"고 진단했다.
서 회장은 이어 "하지만 이런 목표를 실현하려면 방대한 헬스케어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사아이언티스트'를 10년 내 10만명을 양성하는 게 급선무"라며 "세계 각국이 규제혁파를 통해 의료, 바이오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실현 가능성을 바탕에 두고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 목표를 하나씩 이뤄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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