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누구나 가슴 속에 그리움을 품고 산다. 뼈에 사무친 그리움은 슬픔과 후회로 바뀌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영화 '돌아온다'는 날마다 그리운 얼굴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정적이면서 담백하게 담아냈다.
극 중 배경은 외딴 시골에 있는 평범한 막걸릿집.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라고 적힌 현판이 걸려있다.
막걸릿집 주인은 남모를 사연을 지닌 변 사장(김유석 분). 틈날 때마다 모이는 단골들도 있다. 어렸을 적 잃어버린 아들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할매(김곽경희), 어머니를 찾으러 다니는 스님(리우진), 도망간 아내를 못 잊는 진철(최종훈), 군대 간 아들의 제대만을 기다리는 유미(강유미), 손님이 없어 고민하는 숙박업 사장(이황희)이 그들이다.
외지인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이곳에 비밀스러운 여인 주영(손수현)이 서울서 찾아온다. 하룻밤 머무는 뜨내기손님인 줄 알았던 주영은 막걸릿집에 계속 머물려 식당일까지 돕는다. 그와 변 사장과 얽힌 가슴 아픈 사연은 후반부에 가서야 드러난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막걸리를 마시며 누군가가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린다. 그리움을 함께 나누면서 보고 싶은 사람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
눈물샘을 직접 자극하는 큰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한정된 장소에서 각각의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다 보니 한 편의 연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제각각의 사연이 드러날 때마다 감정의 밀도는 점점 높아지고, 긴 여운을 남긴다. 특히 젊은 시절, 아들을 외면했던 변 사장의 사연은 더욱 절절하다. 자신의 실수로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잃어버린 그는 아버지가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막걸릿집을 떠나지 못한다. 감동뿐만 아니라 나름의 반전도 있어 영화적 재미도 갖췄다. 영화는 현실과 과거, 상상 속 장면을 오간다. 처음에는 편집이 뚝뚝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나중에 그 장면의 의미를 알게 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탄탄한 원작과 개성 강한 캐릭터, 배우들의 연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2015년 제36회 서울연극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동명 연극이 원작이다.
7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유석이 변 사장 역을 맡아 극의 무게중심을 잡으며 깊이 있는 연기를 펼쳤다. 단골손님으로 나온 이황희, 김곽경희, 리우진, 강유미 등은 원작에 출연했던 연극배우들이다. 주영 역을 맡은 손수현도 다채로운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 속 또 다른 주인공은 울산 울주군이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영남알프스 등 울주군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순박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광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잘 어우러진다.
15년간 미국에서 영상 연출자로 활약한 허철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으로, 지난 9월 몬트리올국제영화제 '첫 영화 경쟁' 부문에서 금상을 받았다.
허 감독은 30일 열린 시사회 이후 간담회에서 "원작 연극을 5번을 봤는데 볼 때마다 엉엉 울었다"면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가슴 속에 텅 빈 것을 채우고 싶어하는 그런 보편적인 마음을 영화로 옮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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