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절친이 한국인 학생…한국어 전공 위해 하와이대 유학
"미국 교사·청소년에게 한국 제대로 알리려 열심히 활동할 것"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미국 버지니아에서 초·중·고교 12년을 다니면서 한국에 대해 배운 시간은 단 20분에 불과했어요. 그것도 미국이 참전한 한국전쟁 이야기가 전부였습니다."
이 같은 교육환경에서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특별히 관심을 가졌던 미국인 학생이 있었다. 중학교때 한국인 친구와 단짝이 된 것이 계기였다. 친구가 너무 좋아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고 한국 드라마 70편을 보면서 한국을 더욱 많이 알아갔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었지만 본토에는 마땅한 대학이 없어 8천km나 떨어진 하와이로 유학할 정도로 한국에 빠져 있는 그는 현재 하와이대 한국어과 3학년에 재학중인 레이시 보너(여·21) 씨다.
지난 여름 고려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오면서 한국땅을 처음 밟았다. 한국에 오면서 '어떻게 하면 미국 교과서에 한국 이야기를 많이 실을 수 있을까', '한국을 알고 싶어하는 미국인 친구들을 위해 할 일이 없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를 알게되자 곧바로 인턴 근무를 희망해 지난 9월 7일부터 일하고 있다.
보너 씨는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창한 한국말로 "미국의 교사와 학생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맞춤형 모바일 사이트(usa.prkorea.com)의 영어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 사이트는 반크가 미국 세계사 교과서에 한국 관련 내용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려고 최근 구축한 것이다.
"미국의 청소년들과 교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한국 관련 콘텐츠를 발굴해 기사로 쓰고 있는데 정말 재미있습니다. 미국 교실에서 한국을 배우도록 하는 데 이 사이트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는 미국의 ABC 방송이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해 21년 만에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더 굿닥터', 미국 구글 검색어 1위에까지 올랐던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K-팝과 한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방문때 언급한 골프선수 박성현 등의 이야기를 다뤘다.
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미국에 소개하기 위해 최근 세계적인 여행잡지인 론리 플래닛에서 '2018년 최고의 국가 TOP 10'에 한국이 2위에 선정된 사실을 바탕으로 한국의 관광지들을 소개한다. 학창시절 한국전쟁밖에 배우지 못한 기억이 안타까워 전쟁 이후로 달라진 한국 관련 정보도 다루고 있다.
미국의 한글학교 교사들은 그의 활동에 댓글로 호응하고 있다.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회장을 지낸 최미영 다솜한국학교 교장은 "한국의 역사, 문화, 인물, 경제 및 사회 문제 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학생들에게 반크 사이트를 알려줬더니 굉장히 좋아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 같은 반응에 고무된 보너 씨는 가급적 많은 정보를 사이트에 담기 위해 시간을 쪼개 활동하고 있다. 매주 화, 목요일에만 출근하도록 돼 있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다른 요일에도 사무실로 나온다고 한다.
그는 "반크는 지금까지 오류 시정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면서 활동했는데, 이제부터는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카테고리가 잘 정리된 한국을 바로 알리는 사이트를 구축해 운영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으면 좋겠다"며 "미국인의 눈으로 쉽고 재미있게 작성한 내 리포트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내년까지 반크에서 인턴 근무를 할 예정인 그는 "앞으로도 반크를 도와 미국의 청소년들이 한국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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