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마른 오징어…국내 유일 산골 건조장 조업중단 위기

입력 2017-12-03 07:50   수정 2017-12-03 09:24

씨 마른 오징어…국내 유일 산골 건조장 조업중단 위기

생오징어 값 4배 급등…수지 맞추기 힘들고 소비도 줄어

영동 산골오징어, 하루 1만3천마리 말리던 건조실 '텅텅'

(영동=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내륙 한복판인 충북 영동에 자리 잡은 국내 유일의 산골 오징어 건조장이 조업 중단 위기에 몰렸다.

어획량 감소로 생오징어 값이 치솟으면서 수지 맞추는 게 힘들어서다.


영동군 학산면 대왕산 자락에서 28년째 말린 오징어를 생산하는 영동산골오징어(대표 박영현·61)는 최근 조업시간을 반으로 줄였다. 28명이던 직원도 16명으로 40% 넘게 감원했다.

이곳 오징어는 청량한 산골 바람에 말려 육질이 부드럽고 짠맛이 덜한 게 특징이다. 담백한 맛이 널리 알려지면서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까지 수출된다.

그러나 2년 전부터 국내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생오징어 확보도 문제거니와 값이 4배 이상 치솟아 공장을 꾸려가기가 쉽지 않다.

이 업체는 주로 남대서양에서 잡은 생오징어를 들여다가 건조한다. 연근해산에 비해 씨알이 굵고 살집도 두터워 건조작업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 오징어는 부산항을 통해 반입되는 데, 2년 전만해도 1상자(18㎏)에 2만5천∼3만5천원이면 골라잡을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6만∼7만원 대로 값이 치솟더니 지금은 12만원을 넘어섰다.

국내 오징어 어획량이 줄면서 원양산까지 덩달아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이곳에서는 냉동 상태로 들어온 생오징어를 건조하기 전 청정 지하수로 세척하고 내장 등을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바닷물의 염분이 빠져나가 담백한 맛을 내게 된다.


예전에는 산속에 설치된 덕장에서 4∼5일씩 건조 과정을 거치기도 했으나, 지금은 자체 개발한 건조실을 주로 이용한다. 공장 안에는 1평(3.3㎡) 남짓한 건조실 24곳이 갖춰져 있다.

박 대표는 "자연 건조에 비해 잔손이 덜 가고, 위생에도 좋기 때문에 이 방법을 주로 쓴다"고 말했다.

전성기 때 이곳에서는 하루 1만3천마리의 생오징어가 '건 오징어'·'찜 오징어'·'누른 오징어' 형태로 가공됐다. 수출이 호조를 띠면서 2016년에는 매출액 28억7천만원을 찍기도 햇다.

그러나 생오징어가 귀해진 뒤로는 한 달 절반만 작업을 한다. 그나마 올해 초 남대서양산 오징어 360t을 확보해뒀기에 가능한 일이다.

박 대표는 "생오징어 가격이 폭등하면서 가공 오징어도 1년 새 2배 가까이 올라 소비량이 급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분간 공장 가동을 멈추고 싶지만, 거래처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조업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상태가 더 이어지면 전국의 오징어 가공업체가 줄도산하게 될 것"이라며 "건조시설이 돌아가지 않는 날이 점차 늘어 우리도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오징어 어획량은 2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8천300t)보다 29.3% 줄었다.

회유성 어종인 오징어는 평소 북한 수역에 살다가 6∼11월 동해안으로 내려온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동해 수온이 높아져 오징어의 북상이 빨라졌고, 중국어선의 남획이 늘어난 점 등을 어획량 감소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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