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반도체 중심 성장세, 가계소득으로 이어지지 않아
청년 고용 악화·양극화 심화도 원인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수치로 나타나는 경제와 달리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해서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한국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는 2만7천561달러였다.
1인당 GNI가 산술적으로 작년보다 8.9% 늘면 3만 달러 벽을 뚫을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3분기까지는 (1인당 GNI가) 7% 초·중반대로 증가했다"며 "내년에 환율 등 이변이 없다면 1인당 GNI 3만 달러 달성은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1인당 GNI 3만 달러에 진입하면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27개국만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는다.
한국 경제는 2006년 2만 달러대를 처음으로 진입한 뒤 몇 차례나 미끄러진 끝에 12년 만에 3만 달러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이는 반도체 호조에 따른 수출 증가세를 바탕으로 일궈낸 쾌거로 받아들여진다.
뚝뚝 떨어지던 성장률 추세를 딛고 거둔 결과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반응은 싸늘하다.
체감 경기는 그다지 좋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체감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고용, 소득의 최근 추이는 좋지 못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취업자 수(2천685만5천명)는 1년 전보다 27만9천명 늘었다.
취업자 수 증가는 30만명 이상을 한동안 유지하다가 8월에 21만2천명으로 떨어졌다. 9월에 31만4천명으로 다시 30만명대로 올라서는 듯했으나 곧바로 20만명대로 떨어졌다.
15∼29세 청년 실업률은 8.6%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올라갔다. 이는 동월 기준으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체감 실업률 지표로 볼 수 있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 3은 21.7%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청년층 5명 중 1명은 자신이 실업자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가계 살림살이도 나빠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7∼9월) 전국 가구의 월평균 실질 소득은 439만2천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2% 감소했다.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면 소득이 작년보다 줄었다는 의미다.
가구의 월평균 실질 소득은 2015년 4분기부터 7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날이 심화하는 양극화도 지표와 체감이 동떨어진 이유다.
3분기 전국 가구 기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전국 2인 이상 가구)은 5.18배로 작년 3분기(4.81배)보다 상승했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상위 20% 평균소득을 하위 20%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클수록 소득이 불평등하게 분배됐다는 뜻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한 소득 5분위 배율은 작년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증가(소득분배 악화)했다.
1인당 GNI가 3만 달러 진입을 눈앞에 뒀지만 '다른 나라 얘기 같다'는 차가운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정부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성장률이 중요하지만 성장의 온기·과실을 국민이 체감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거시 지표가 호전된 것이 국민의 경제나 생활에 아직 미치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수출, 반도체 등 일부에 편중된 성장세가 가계소득으로 잘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고용의 경우 다른 연령층은 개선되는데 청년층 실업률은 계속 높아지는 등 청년층이 경기 회복에서 소외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고용, 소득 모두 개선되고 있지만 다른 지표 개선세보다 속도가 느리다"면서 "정부의 소득주도 정책이 성과가 나타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orqu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