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비공개로 날려…"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수년 전만 해도 대북전단을 보내는 풍선 날리기는 떠들썩한 행사였다. 북한 정권 창건일 등 주요 기념일마다 탈북자 단체들이 날리는 풍선은 어김없이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다.
하지만, 북핵 위기가 고조된 최근 대북전단 풍선 소식은 접하기 힘들어졌다. 대부분 단체가 행사를 비공개로 전환했고, 행사의 빈도와 날리는 전단 수도 줄어들었다. 일부 단체는 풍선 날리기 대신 다른 전단 보내기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지속적인 주민과의 마찰, 한반도 정세의 변화, 후원금 감소 등 다양한 요인이 변화의 원인으로 파악된다.
탈북자 단체인 '탈북난민인권연합회'는 매달 2회씩 서해에 북한으로 보내는 '쌀병'을 띄운다. 페트병 안에 쌀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 등 영상이 담긴 USB를 담아 바다에 띄워 보내는 방식이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회 회장은 "조류의 방향이 맞는 날을 골라 병을 띄워 보내면 북한 황해도 연안에 틀림없이 도착한다"며 "북한에 있을 당시 황해도에서 군 복무를 하며 남쪽에서 각종 물건과 가축까지 떠내려오는 것을 보고 착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도 활동 초기에는 대북풍선을 날렸지만, 지금은 병 띄우기로 완전히 방향을 바꿨다. 비용 문제가 가장 큰 이유였다.
그는 "풍선으로 초코파이 759kg 보내는데 비용이 1천만원 정도 드는데 단체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며 "또, 풍선을 날리면 경찰과 마찰이 벌어지기 일쑤고, 주민들의 반대도 심해 새로운 방법을 고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꾸준히 대북 풍선을 날리는 단체들도 대부분 비공개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북전단 행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키우고, 조직 운영을 위한 후원금을 확보하기 위해 탈북자 단체에서는 행사의 미디어 노출을 선호해 왔다.
하지만 2014년 10월 연천군 태풍전망대 인근 비무장지대에서 대북전단이 뿌려지자 북한군이 풍선을 향해 13.5mm 고사총을 10여 차례 발포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양상이 달라졌다.
북한의 도발에 놀란 접경지 주민들은 농기계를 동원해 탈북단체의 차량을 막아섰다. 안전을 염려한 경찰도 풍선 날리기 행사를 저지하고 나섰고,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경찰의 행위는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와 공개행사 자체가 어렵게 됐다.
비공개로 풍선을 날린 후 사후에 언론에 공개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여론이 나빠져 최근에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2005년부터 비공개 풍선 날리기를 고집해온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 이민복씨는 "비공개로 풍선을 날리면 북한군 탐지 망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낮은데, 상당수 단체에서 떠들썩하게 풍선을 날려 북한을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도 활발히 북으로 풍선을 보내는 이 단장은 "경찰과 맞서고, 주민과 맞서며 북한 주민을 돕는 본래 목적을 상실한 공개 살포보다 비공개가 이치에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올해는 7회 정도밖에 풍선을 날리지 못했다"며 "지난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일을 맞아 마지막으로 전단 30만장 정도를 날렸고, 비공개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고도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굵직한 이슈들이 북한 인권 등 대북전단 관련 단체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슈를 집어삼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탈북자 단체 관계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연일 바다에 장거리 미사일을 쏴 대다 보니 북한 주민 돕기 같은 이슈가 힘을 잃었다"며 "종교 단체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긴 하지만 후원금이 많이 줄어 단체 운영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관내 연도별 대북전단 풍선 살포 횟수는 2012년 48건, 2014년 50건, 2016년 42건, 올해는 8월까지 28건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3일 "이전에는 임진각 등 접경지에서 공개적으로 풍선 날리기 행사를 많이 했지만, 최근에는 철원이나 김포, 강화도 등지에서 야간에 비공개로 풍선을 날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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