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태극전사] 남자 아이스하키 골리 맷 달튼

입력 2017-12-03 06:22  

[우리도 태극전사] 남자 아이스하키 골리 맷 달튼

캐나다 출신의 '철벽 수문장'…대표팀 전력의 70% 이상

골리 패드·블로커·마스크에 태극기 디자인 넣어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철벽 수문장' 맷 달튼(31·안양 한라)은 캐나다 출신의 귀화 선수다.

그가 2016년 3월 법무부 국적심사를 통과했을 때 국내 아이스하키계는 비로소 든든한 골리가 생겼다며 환호했다.

경쟁력 있는 골리는 한국 아이스하키의 숙원이었다.

아이스하키에서 골리는 흔히 야구의 에이스에 비견될 정도로 그 비중이 대단히 크다.

특히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 단기전에서는 팀 전력의 70% 이상을 골리가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림픽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일어난 역대 이변을 살펴보면 골리가 신들린 듯한 활약을 펼쳐서 반란이 일어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예선 3전 전패의 라트비아는 예선 3경기에서 단 1실점만을 기록하며 2승을 거둔 스위스와 플레이오프 단판 승부에서 만났다.

뻔한 승부가 예상됐지만, 경기는 라트비아의 3-1 승리로 끝났다. 스위스의 33개 슈팅 중 1실점만을 기록한 선발 골리 에드가스 마살스키스의 활약 덕분이었다.

라트비아는 8강전에서도 '세계 최강' 캐나다와 접전 끝에 1-2로 패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57개의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단 2골만을 내준 또 다른 골리 크리스터스 구드레브스키의 선방이 컸다.

일본이 세계선수권에서 세계적인 강호들에 쉽게 밀리지 않는 것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3경기 출전 기록을 보유한 후쿠후지 유타카라는 좋은 골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년 2월에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기적을 연출하려면 달튼의 신들린 방어 없이는 불가능하다.





달튼의 위력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대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 대회에 참가한 6개국 중 세계 랭킹이 23위(현재는 21위)로 가장 낮았던 한국은 달튼의 연이은 '선방쇼' 덕분에 준우승을 차지하며 사상 첫 톱디비전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한국은 여세를 몰아 지난달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열린 2017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EIHC) 오스트리아컵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했다.

백지선(50·영어명 짐 팩) 감독도 "3년 동안 준비한 것을 가감 없이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을 피력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는 3전 전패였다. 한국은 덴마크(14위), 오스트리아(16위), 노르웨이(9위)를 상대로 3경기에서 득점 8점에 실점은 2배가 넘는 20점에 달했다.

달튼이 가벼운 무릎 부상으로 선수 보호 차원에서 이 대회에 불참한 것이 치명타가 됐다.

백 감독이 추구하는 한국 대표팀의 경기 스타일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벌떼 하키'다. 강력한 압박으로 순식간에 수적 우위를 점해 득점 기회를 노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전방 압박이 성공하지 못할 때는 필연적으로 역습 위기에 노출된다. 이때 골리가 든든하지 못하면 수비수들은 역습이 두려워 전방으로 쉽게 전진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달튼이 빠진 2017 EIHC 오스트리아컵에서 공수에서 모두 허점을 드러내며 패한 이유였다.

최근 대표팀 합숙 훈련이 진행 중인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달튼은 "내가 빠졌기 때문에 3전 전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나를 포함해 부상자가 많았고, 아시아리그 일정 탓에 선수들이 많이 지쳐 있었다"고 덧붙였다.





달튼은 NHL 보스턴 브루인스를 거쳐 세계 2위인 러시아대륙간리그(KHL)에서 3년을 뛴 뒤 2014년 7월 국내 실업팀 한라에 입단했다.

달튼이 태극마크를 단 데에는 KHL 경험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러시아에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의 뜨거운 열기를 직접 느낀 달튼은 자연스럽게 올림픽 무대를 동경하게 됐다.

달튼은 "올림픽 일부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경험인가. 내 인생,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7명에 이르는 귀화 선수들도 제각각 자신의 포지션에서 대표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선수지만 달튼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달튼 역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한국이 캐나다, 체코, 스위스 등과 한무대에서 뛴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미친 소리라고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그 꿈이 현실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큰 기대가 부담되지만 그 부담까지 즐기려고 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올림픽에서 내 전력을 다하겠다는 것, 그것뿐"이라고 말했다.

달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장비 디자인을 싹 바꿨다. 그가 고른 디자인은 태극기였다.

다리 패드 양쪽에 태극기를 그려 넣었다. 다리를 오므리면 태극기가 완성됐다.

퍽을 쳐내는 블로커에도 태극 문양이 들어가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골리 마스크의 뒤통수 부분에는 태극기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달튼이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임하는 각오를 엿볼 수 있다.

달튼은 "태극기 디자인이 멋있어 보여서 그랬는데, 올림픽에서 내 모습도 그렇게 멋있었으면 좋겠다"며 "많은 어린이가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의 모습을 보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는 평창 동계올림픽 조별리그 A조에서 캐나다(1위), 체코(6위), 스위스(7위)와 격돌한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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