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내릴 때까지 기다리겠다"…일부 양도세 중과 회피 매물도 나와
반면 "안떨어진다" 일부 매물 회수, 반응 엇갈려…임대차 로드맵 변수 될 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김연정 기자 = "금리 인상 발표 후 그 많던 문의전화가 확 줄어들고 매물이 나왔다고 연락을 해도 매수자들이 시큰둥한 반응이네요. 집주인들의 콧대가 꺾인 건 아니지만 근래 들어 가장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의 중개업소 대표)
"내년에 대출 규제가 강해지면 집을 못 사게 될까봐 되레 빨리 대출을 받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오고 있어요. 집값이 떨어지려면 거래가 올스톱 돼야 하는데 매도자들은 매물을 회수하고, 찔끔찔끔 거래는 되면서 최고가를 경신하는 형국입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중개업소 사장)
지난달 말 주거복지로드맵 발표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단행된 가운데 일단 첫 주말 주택시장에는 다소의 온도 차가 감지됐다.
금리나 대책에 민감한 강남권 일부 아파트 단지에는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는 등 근래 달아오르던 분위기가 주춤해진 반면, 일부 강북과 신도시에는 개발 호재까지 겹치면서 여전히 매도자 우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금리 인상에 강남 일부 "지켜보겠다" 관망세로…다주택자 매물 내놓기도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강남권 일부 아파트 단지는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매수세가 주춤하다.
지난달 말까지도 매물이 없어 거래를 못 할 정도였는데 29일 주거복지로드맵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과 30일 기준금리 인상 등 잇단 대형 변수가 터지며 매수자들이 관망하는 분위기다.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잠실 주공5단지만 해도 지난달 36건이 거래됐고 최근엔 국제설계현상공모 발표 호재도 있어서 계속 최고가를 경신해왔는데 금리 인상 이후에는 거래도, 문의도 없이 조용하다"며 "당장의 금리 부담이 크진 않지만 앞으로 금리 인상의 신호탄으로 해석해서인지 매수자들이 일단 관망하며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의 있는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번 금리 인상 발표로 집을 사려고 했던 사람들이 매수를 보류하는 등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 같다"며 "관망세가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에 임대주택 등록 사업자에 대한 지원방안이 제외되면서 실망한 일부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내놓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
이미 강남권은 투기지역으로 묶여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양도세가 10%포인트 중과되지만, 내년 4월 이후에는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자는 20%포인트씩 양도세가 중과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강남에 집을 3채 갖고 있는 고객이 올해 이 중 하나를 팔면 양도세가 7천만∼8천만원가량 나오는데 내년 4월 이후에 팔면 약 7억원의 세금 폭탄이 떨어진다면서 그 전에 팔겠다고 집을 내놨다"며 "어차피 임대사업 등록에는 관심이 없는 고객이어서 매도 쪽으로 의사결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세무 전문가는 "임대사업 등록을 하지 않고 규제가 풀릴 때까지 버티겠다는 사람도 많겠지만 앞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등 세부담 상향과 같은 각종 불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세금 비교를 해보고 매도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말했다.
◇ "집값 안떨어진다" 매도 우위도 여전…전문가 "추가 상승은 제한적"
이와 달리 금리 인상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도자들이 높은 가격을 고집해 거래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주택담보대출 시장 금리를 미리 인상하면서 당장 큰 폭의 금리 상승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집주인들이 최고가를 요구하며 매도를 보류해 거래가 잘 안 되고 있다. 이 아파트 115㎡(전용면적 84.43㎡)는 현재 17억원을 호가한다.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도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마치고 이주가 진행 중임에 따라 실수요를 중심으로 꾸준히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분당신도시 정자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금리 인상은 했지만 대출자에게 큰 부담을 줄 정도로 가파르게 올리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집값이 쉽게 안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판교신도시는 제3 테크노밸리 조성 계획 발표와 이번 주거복지로드맵에서 판교 인근인 성남 금토동에 공공주택지구를 지정하기로 하는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매물이 보류되고 가격도 초강세다.
판교신도시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매수자들은 많지 않지만 각종 개발계획 호재로 인해 매도자들이 집을 내놔도 가격을 올리는 분위기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다만 매수세가 종전보다 주춤한 분위기는 감지된다.
판교신도시의 또다른 중개업소 사장은 "금리 인상 이후 매수자들이 조용한 분위기"라며 "매도자들은 계속 높은 가격을 고집하는데 매수자들은 내년 4월 이후 다주택자 규제로 매물이 나올 것으로 보고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매도-매수자간의 힘겨루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 가운데 이달 중 발표할 임대차 시장 로드맵이 주택시장 향배를 가를 커다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집값 추이를 봐가며 대책의 강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아파트값이 꺾이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임대주택 등록자에 대한 인센티브는 기대에 못 미치는 반면 다주택자에 대한 페널티(불이익)를 늘리는 방안이 나올 공산이 크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정부 대책이 한꺼번에 쏟아졌지만 금리 인상이나 신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를 실질적으로 체감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급락하진 않겠지만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sms@yna.co.kr,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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