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 냉전 시기 핵 억지 정책이 더는 쓸모없다며 모든 핵무기 폐기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몇몇 국가 지도자들의) 핵무기를 대하는 "비이성적" 태도를 경계했다.
로이터, AFP 통신 등은 교황이 전날 아시아 방문을 마치고 방글라데시에서 로마 바티칸으로 복귀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이런 견해를 내놓았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교황은 "우리는 합법적 핵무기 보유와 사용의 한계에 와 있다"고 전제하고 나서 "왠가?"라고 자문한 뒤 "오늘날, 수준 높아진 핵무기는 인류를 절멸시키거나 적어도 대부분 파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 언급은 기존 가톨릭 교회 입장의 변화를 촉발한 이유가 뭔지,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 '말(言) 폭탄' 갈등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를 물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고 로이터는 부연했다.
교황은 이에 앞서, 미국에 맞선 체제 유지를 명분으로 핵 개발을 지속하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달 '핵무기 없는 세상과 완전한 군축을 향한 전망' 국제회의에서 핵무기의 위험성을 고려할 때 핵무기 보유 자체도 비난받을 일이라며 예외 없이 모든 국가가 핵무기를 철폐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모든 핵무기 폐기 의견은 상대 국가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지하는 차원에서 핵무기를 보유하는 건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이전 교황들의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었다.
교황은 이날 기내에서 또 "나는 자문(自問)한다"면서 "오늘날, 핵무기를 그대로 두는 것이 합법적인 것일까? 생명체와 인류의 보호를 위해 되돌리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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