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기름값 부담 커지나…'감산+경기회복'에 유가전망 올려

입력 2017-12-03 19:37  

내년 기름값 부담 커지나…'감산+경기회복'에 유가전망 올려

IB들 올해 53.50달러→내년 56.25달러…"70달러 간다" 전망도

美셰일오일 붐에도 회의론 부상…이란·베네수엘라 불안도 변수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원유 재고가 남아도는 탓에 내년에도 발목 잡힐 줄 알았던 국제유가 전망치가 새해를 앞두고 당초 예상보다 줄줄이 상향 조정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가 생각보다 강력했던 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내년 경제 성장률을 앞다퉈 상향 조정하면서 국제유가에도 상승 요인이 됐다.

특히 여태껏 OPEC 감산에 찬물을 끼얹어온 미국산 셰일오일의 위력이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회의론이 급부상하면서 국제유가를 들썩이게 할 변수로 떠올랐다.

여기에다 이란,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을 둘러싼 정세 불안이 원유 공급에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다. 4일 블룸버그가 35개 글로벌 투자은행을 대상으로 집계한 2018년 브렌트유 선물 가격 전망치는 배럴 당 56.25달러(중간값 기준)로 나타났다.

이는 11월 1일까지만 해도 55.75달러로 전망됐다가 불과 한 달 사이에 배럴당 0.5달러를 끌어올리며 56달러 선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 중간값인 53.50달러보다도 2.75달러 오른 가격이다.

가장 높은 전망치를 내놓은 투자은행은 네덜란드 ABN암로뱅크로 배럴당 70달러를 점쳤고, HSBC(65달러), 로이즈뱅크(64.75달러), 토론토도미니언뱅크(63.75달러) 등이 60달러 선을 웃도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이러한 전망치는 지난달 세계은행(WB)이 원자재 가격 전망 보고서에서 국제유가 평균치가 올해 배럴당 53달러에서 내년 56달러로 오를 것으로 본 것과도 부합한다.

특히 지난달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 회의에서 예상을 넘어선 '깜짝 성과'가 나온 게 유가를 들썩이게 했다.

회의에선 OPEC 회원국, 러시아를 포함한 산유국이 모여 하루 180만 배럴 감산 합의를 내년 12월까지로 연장했는데, 이전까지 감산 예외를 적용받던 리비아, 나이지리아의 동참도 끌어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의 에너지 애널리스트인 윌 헤어스는 "OPEC 감산 합의가 내년 말까지 연장되리란 점은 예상됐지만 리비아와 나이지리아가 생산량 상한을 정한 것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며 "이는 국제유가에 단기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회의 직후인 1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내년 2월물 가격은 장중 한때 64.32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전날 종가 대비 1.7% 상승한 63.70달러에 마감했다.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눈높이를 높여 잡았다. S&P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2018년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당초보다 10% 오른 배럴당 55달러로 올렸다.

S&P는 "OPEC 감산, 공급 불안정, 일시적 생산 감소, 수요 호조 등에 힘입어 유가가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P는 브렌트유 선물 가격의 경우 2018년 11월까지 배럴당 6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점쳤으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내년 50달러 선에 머물 것이란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줄줄이 상향 조정된 점도 국제유가에 힘을 보탰다. 경기 회복세가 견고해지면 원유 수요도 증가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OECD는 지난달 28일 세계 경제 전망(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을 올해 3.6%, 내년 3.7%로 점쳤다. 이는 6월 전망치에서 각각 0.1%포인트 올려잡은 것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9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3.6%, 내년 3.7%로 각각 0.1%포인트 상향했다.

여기에다 OPEC의 감산 노력에 매번 찬물을 끼얹어온 미국산 셰일오일도 알려진 것보다 위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이 급부상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신규 시추공에서 나오는 오일, 천연가스 생산량이 2020년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전망치보다 10% 이상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2일 보도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셰일오일을 시추하는 파쇄 기술 수준이 과대 평가됐다고 지적했으며, 이는 원유 시장에서 게임 체인징(game-changing)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앞서 EIA는 이달 미국산 셰일오일 생산량이 전월보다 하루 평균 8만 배럴 증가한 617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내년엔 산유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도 복병으로 떠올랐다.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이란이 핵 협정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60일 이내 의회에 제재 재개를 요청했다. 실제로 제재를 재개하면 이란의 원유 수출길이 막혀 유가 급등 요인이 된다.

국가 부도 위기에 놓인 베네수엘라의 앞날도 변수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에서 디폴트 위기가 고조되면서 시장에서는 원유 공급 감소에 따른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newgla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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