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표 분산될라"…여권, 마하티르 세아들 세무조사 등 견제구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92세의 나이로 정계에 복귀한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야권의 총리 후보로 추대됐다.
4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신야권연합 희망연대(PH)는 지난 2일 푸트라자야에서 이틀간 이어진 비공개회의를 마무리짓고 이같이 밝혔다.
야권의 실질적 지도자이지만 동성애 사범으로 몰려 옥고를 치르고 있는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의 부인 아지자 이스마일은 부총리 후보가 됐다.
이대로 총선 체제가 확정되면 이르면 내년 2월 치러질 예정인 차기 총선은 마하티르 전 총리와 나집 라작 현 총리의 대결이 될 전망이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한때 나집 총리의 후견인이었지만, 2015년 나집 총리가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조원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총리 퇴진 운동을 벌이다 야권 지도자로 변신했다.
그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대책과 관련해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직접 실각시켰던 안와르 전 부총리와도 최근 극적으로 화해하고 정권교체 노력에 박차를 가해왔다.
야권 내부에선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마하티르 전 총리가 임시 총리를 맡다가 내년 중순께 석방될 안와르 전 부총리에게 보궐선거 등을 거쳐 총리직을 승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야권연합 일각에선 1981년부터 2003년까지 22년간 말레이시아를 철권통치하며 야권의 최대 정적으로 군림했던 마하티르 전 총리를 최고지도자로 옹립하는데 대한 반발이 여전히 강하다.
말레이시아 여권과 현 정부의 견제도 거세다. 말레이시아의 근대화를 이끈 국부(國父)로 추앙됐던 마하티르 전 총리가 야권에 합류하면서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의 핵심 지지층이자 다수 인종인 말레이계(50.1%)의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비자금 스캔들과 총리 부인의 사치 논란 등으로 국민전선에 대한 지지가 흔들린 상황이어서 여권 내부에선 더욱 경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말레이시아 국세청은 지난 8월 마하티르 전 총리의 세 아들이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했다.
말레이 정부 조사위원회는 1990년대 초 발생한 말레이시아 중앙은행(BNM) 외환 스캔들을 20년만에 재조사하고, 마하티르 전 총리와 안와르 전 부총리가 사건을 축소한 정황이 있는 만큼 두 사람을 형사입건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현지 수사당국은 이밖에도 나집 총리에 대한 비판 발언 등과 관련해 마하티르 전 총리를 수차례 선동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조사했다. 다만 정식 기소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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