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호칭·개념 정립부터"…규제 도입 놓고는 시각차
금융위 "정부, 가상통화 가치 보장 안해…일본 반면교사 삼아야"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비트코인 투기와 거래소 해킹 등 가상통화 거래를 둘러싼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는 가운데 가상통화 이용자 보호를 위한 관련법 개정 작업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다양한 조언이 쏟아졌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4일 오후 국회에서 학계와 법조계, 관계 전문가 5명을 불러 가상통화 거래와 관련한 공청회를 열었다.
전문가들과 함께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원장과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도 배석했다.
이 공청회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7월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심사에 참고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박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통화 이용자들을 위한 보호장치 마련을 골자로 하고 있다.
최근 국내 가상통화 거래자들을 상대로 해킹과 다단계판매 등 투자 사기행위가 급증하고 있으나 현행법상 가상통화거래에 대한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정무위 소속 의원들을 비롯해 전문가들은 먼저 규제를 논하기 전에 일단 가상화폐의 명칭과 개념부터 정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공동대표는 발행주체가 있고 가격상승 및 시세차익을 약속하는 유사코인과의 구분을 위해 '암호 화폐'(Crypto-currency)라는 엄밀한 용어의 사용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경수 변호사는 "가상화폐가 천차만별로 존재해 일단 가상화폐의 요건과 범위 자체를 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고,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호칭이 너무 광범위하다. 암호화폐라는 이름도 너무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 당국 참석자들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정부는 가상통화의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가상통화를 금융업으로 포섭해서 금융회사와 같은 공신력을 보장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도 "(중앙은행 입장에선) 가상통화는 지급수단도, 화폐도 아니고 상품에 가깝다"고 말했다.
과열된 투기현상과 불법 다단계판매로 인한 이용자 피해가 속출하는 만큼 공청회 참석자들은 대체로 입법과정을 통한 규제 마련에 동조했으나 각론에서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김진화 공동대표는 "거래시장이 과열돼 있고 불순한 행위가 있는 만큼 규제는 필요하다. 박용진 의원의 안이 합리적"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네거티브 규제방식의 자금결제법 제정 등으로 신기술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올해 6월 기준 국내 1일 총 거래액은 약 1조 원에 달하는데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아무런 방안이 없다"며 "최소한 거래소에 대한 규제만이라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참석자들 사이에선 신중론도 나왔다.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은 "규제를 만들 때는 앞으로 해당 산업이 어떻게 발전할지에 대한 전망이 토대가 돼야 한다"며 "4차산업 혁명 이후 새로운 지급결제 방식이 존재하게 될 상황이 전개될 수 있으니 정부도 넓은 관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천표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회가 단기간에 규제를 찾으려는 것을 보고 참으로 놀라웠다"며 "올바른 규제를 할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규제를 삼가고 기업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차 국장은 "현재 그레이존(gray zone·불분명한 영역)이 너무 넓어 어떤 법으로 어디까지 자를지 정부도 확신에 차 있지는 않다"면서 "다만 규제는 필요한 만큼 유사수신 행위 정도로 규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금융회사의 유동성과 레버리지가 투기 열풍에 동원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정부 공동안을 만들어 국회와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날 가상화폐 인가제 도입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입법논의가 한참 진행 중인에 인가제를 안 한다니, 이건 입법권 침해이고 무시"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박 의원은 "앞으로 금융위의 허락을 받고 입법논의를 해야 하느냐"며 "아침에 나온 보도자료를 보니 입법방향과 정반대였다"며 금융위를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부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인가제를 도입한)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인가제는 오히려 정부의 공신력을 담보하는 마케팅으로 활용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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