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파문 클래식계로…거장 제임스 레바인 정직 처분(종합)

입력 2017-12-04 16:26  

'미투' 파문 클래식계로…거장 제임스 레바인 정직 처분(종합)
"수십년전 10대 성추행" 잇단 폭로에 美메트, 계약 해지 전격 발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에서 시작한 미국의 성추행 폭로 파문이 클래식계로 번졌다.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를 40여년 간 이끌어 온 '마에스트로' 제임스 레바인이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끝에 결국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AP, AFP통신 등 외신은 메트의 제임스 레바인(74) 명예 음악감독이 정직 처분을 받았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트는 이날 성명을 내고 레바인이 올 시즌 남은 공연에 출연하지 않는다며 정직 조치한 사실을 밝혔다.
이로써 40년간 메트에 몸담은 레바인은 지난 1일 베르디의 '레퀴엠' 공연 지휘를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물러나게 됐다.



메트는 수사를 위해 로버트 J 클리어리 전 검사를 고용했다고도 밝혔다. 클리어리는 검사로 재직하던 1990년대 '유나보머'(Unabomber)로 알려진 소포폭탄 테러범을 기소한 것으로 유명하다.
피터 겔브 메트 총감독은 "언론 보도를 토대로, 바로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면서도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레바인은 세계 최고 오페라단 중 하나로 손꼽히는 메트에서 2천500회가 넘는 공연을 지휘했다.
1971년 6월 처음으로 메트 지휘대에 선 그는 1972년 2월에 수석지휘자가 됐고 1976년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이후 지병인 파킨슨병으로 2015~2016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기까지 40여년을 메트에 몸담아왔으며 지금은 명예 음악감독 직을 맡고 있다.
이런 클래식계 거장을 둘러싼 성추문은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전날 뉴욕포스트가 30여년 전인 1985년 레바인이 10대 소년을 성추행했다며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현재 48세인 이 피해 남성은 레바인이 라비니아 페스티벌에서 음악감독을 맡고 있을 때 부모의 손에 이끌려 레바인을 알고 지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이 15세였던 1985년 레바인이 집에 태워다주겠다며 접근, 그해 여름 페스티벌 장소 인근 호텔에서 성추행한 것을 시작으로 수년간 성적 관계를 지속했다고 폭로했다.
이 일로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는 그는 "이 남자의 지배하에서 그가 안전하고 보호해주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러나 나를 이용하고 학대했으며 결국 나는 망가져 버렸다"고 호소했다.
이 남성은 지난해 10월 뒤늦게 일리노이주 레이크 포리스트 경찰서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뒤따라 뉴욕타임스(NYT)도 피해 남성이 2명 더 있다고 보도했다.
NYT가 확인한 피해 남성은 세인트폴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베이스 연주자 출신으로, 미시간주 메도 브룩 음악학교에 다니던 1968년 레바인과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17세에 불과했던 자신을 학교 오케스트라단의 수석 연주자로 발탁해준 레바인이 밤늦은 시간 기숙사 방으로 부르기 시작했으며 세번째 만났을 때는 성적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또 이를 거절하자 눈도 안마주치며 무시해 "끔찍한 여름을 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세번째 피해 남성도 같은 학교에서 첼로를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이 남성은 NYT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해 여름 레바인의 기숙사 방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레바인의 성추문이 하나둘씩 터져 나오는 가운데 메트가 이미 경찰 신고 사실을 지난해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늑장 대응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겔브 총감독도 자신이 아는 한도에서만도 두 차례나 메트 지도부가 레바인의 성추행 의혹에 관해 보고받은 일이 있다고 인정했다.
겔브는 레바인이 음악감독 직에서 물러난 지난해 10월 레이크 포리스트 경찰의 한 수사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도 밝혔다.
겔브는 이사회 지도부에 경찰 수사 사실과 레바인이 이런 의혹을 부인했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또 레바인의 성추행에 관해선 음악계에 소문이 만연했으나 레바인은 과거 인터뷰 등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고 NYT는 전했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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