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 경기장 매년 100억 적자, 대구·부산경기장 다각도 활용
평창올림픽 곧 TF 구성…경기장 대회 후 운영주체 논란 속 묘수 찾기
(전국종합=연합뉴스) 인천시는 전국에서 부채 비율이 가장 높아 지금은 '빚더미 도시'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재정 여건이 열악했던 건 아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재정자립도가 전국 톱 수준이었다. 지방재정 운영 평가에서도 전국 최우수 기관을 차지하는 등 '곳간'이 넉넉한 편이었다.
그러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인천시 살림살이는 팍팍해지기 시작했다.
인천시는 서구 아시아드주경기장 등 17개 경기장 신설에 1조7천224억원을 쏟아부었다.
이 중 4천677억원(27%)은 국비 지원을 받았지만, 나머지 1조2천523억원(73%, 기타 24억원 제외)은 시비로 마련해야 했다.
없는 살림에 큰 돈을 갑자기 마련하기 어려운 시는 급한대로 이리저리 지방채를 끌어다 썼다.
대회가 끝난 2014년 말 인천아시안게임 관련 채무 잔액은 1조180억원. 인천시 총 채무의 31.6%에 달했다.
인천시의 경기장 신설이 과도하다는 경고는 대회 전부터 제기됐다.
정부는 남구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했지만, 서구 주민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결국 4천900억원을 들여 서구에 아시아드주경기장을 건설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경기장들은 대회 폐막 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인천시 재정을 옥죄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설 경기장의 운영 적자 합계는 최근 3년 간 334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약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인천시는 이들 경기장의 사후 활용을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 공공체육시설 활성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올해 10월 국정감사에서 16개 경기장의 264개 수익시설 중 60개가 여전히 비어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설 경기장들이 국제대회 폐막 후 모두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하는 건 아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위해 건립한 대구스타디움은 2003 대구유니버시아드에 이어 2011년에는 개보수작업을 거쳐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주경기장으로 활용됐다.
또 월드컵 이후 시민구단으로 창단한 대구FC가 15년째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등 하나의 경기장을 알토란처럼 활용하고 있다.
2002년 아시안게임을 치른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도 프로축구 등 각종 체육행사와 한류 가수 공연 등 문화행사들이 열려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사이클 경기장과 승마경기장, 볼링 경기장, 골프 경기장은 대회 직후 각각 경륜장과 마사회 경마장, 일반 볼링장과 골프장으로 전환돼 지금까지 잘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평창은 어떨까. 특히 애물단지로 전락한 국내 역대 국제대회 개최지의 시행착오를 피해갈 수 있을까.
강원도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14개 올림픽 시설 가운데 스피드스케이팅, 강릉하키센터, 슬라이딩센터, 스키점프 등 전문 체육시설 4곳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 주기를 바란다.
강원도는 이들 시설이 관리·운영상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동계스포츠 인프라가 열악한 국내 여건을 고려할 때 국가 차원에서 관리를 맡아 올림픽의 소중한 유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강원도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올림픽 경기장 시설을 국가 주도로 운영하는 사례는 국내외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서울올림픽 시설은 올림픽 잉여금과 기금 마련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을 설립, 경기장 유산을 창출했다.
1980 레이크플레시드, 1988 캘거리, 2002 솔트레이크,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도 그 나라의 연방정부와 조직위원회 기금, 올림픽 수익금 등을 활용해 시설 유산을 관리, 경기장시설 유산창출 기반을 마련했다.
김태동 강원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림픽 경기장 시설은 사후활용 측면이 아니라 유산창출 및 활용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유산창출의 모든 비용을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가 낮은 강원도가 부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무리하게 경기장과 시설물을 건립하고 운영 책임을 국가에 전가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예산 지원 근거가 약하다며 올림픽 직간접 지원 개정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대회 폐막 후 운영 주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자 문화체육관광부·강원도·국민체육공단은 연말까지 사후활용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거쳐 최종 활용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임보연 강종구 김상현 이재혁 이승형 여운창 기자)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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