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낚싯배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해경이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사고 원인이 규명되는 대로 즉각 대책 마련에 착수할 방침이다.
4일 해수부에 따르면 해경은 현재 급유선이 해사안전 관련 규정을 지켰는지 조사 중이다.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는 전날 오전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낚싯배 사고는 336t급 급유선인 '명진15호'가 앞서 가던 9.77t급 낚싯배 '선창1호'를 추월하려다 낚싯배 뒷부분을 들이받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급유선 선장 전 모 씨는 해경 조사에서 충돌 직전 낚싯배를 봤지만 "(알아서) 피해 갈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현재로선 급유선의 운항 과실 쪽에 초점이 실리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낚싯배의 안전수칙 위반은 확인되지 않았고, 생존자들은 '급유선이 와서 들이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사고 원인 및 과실이 확인되면 그쪽에 초점을 맞춰 재발대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도로에서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차로 변경 방법 등 기본 안전수칙이 존재하듯, 해상에서도 선박 사고 예방을 위한 항해 규칙이 관련 법에 규정돼 있다.
특히 이번 사고가 발생한 지점과 같이 좁은 수로에서 다른 어선 및 선박을 추월하려면 추월선은 기적 신호 등을 보내 추월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야 한다.
추월당하는 선박도 기적 신호로 응답하는 등 추월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보내야 한다.
또 대다수 선박은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공용 채널로 선박 간 의사소통 및 비상상황 시 무선 교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런 안전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북포항 지역에서 낚싯배를 운영하는 한 선장은 "좁은 좁은 수로에서는 서로 공용 채널로 통신을 개통한 후 계획적인 통행이 이뤄진다"며 "(하지만) 일부 상선(여객선, 화물선, 화객선 등 상업적 목적의 선박)은 앞에 배가 있거나 없거나 기적 몇 번 누르곤 쭉 밀고 나가곤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야간에 좁은 좁은 수로를 지나가면서도 70∼80m에 달하는 큰 배들이 조명 2∼3개만 켜고 운행한다"며 "덤프트럭이 깜깜한 도로에 미등만 켜고 시속 130㎞로 질주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낚싯배의 경우 안전수칙을 모두 지키고도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느슨한 안전망을 더 촘촘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2년 전 제주 추자도에서 발생한 '돌고래호' 사고를 계기로 규제 강화에 나섰지만, 낚시업계의 거센 반발로 사실상 대부분 무산됐다.
그러나 이번에 사고가 난 9.77t 어선은 선원을 포함해 최대 22명을 태울 수 있는데, 이는 유람선과 나룻배보다 탑승 허용인원이 더 많아 안전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 낚시 어선의 경우 낚시행위가 금지된 특정해역에 들어가거나 자신들만 아는 '명당'을 가려고 조난 시 구조에 필요한 위치발신장치(V-Pass)까지 끈 채 먼 바다로 나가는 등 불법 행위도 줄지 않고 있다.
아울러 10t 이하 일반 어선은 신고만 하면 누구나 낚싯배로 영업할 수 있는 기준 역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