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騰迅·텅쉰)가 세계 주요 정보기술(IT)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조용히 늘리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텐센트의 은밀한 부상은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에 조만간 가장 큰 위협을 제기할 것이라고 미국 CNBC방송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록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텐센트는 최근 아시아 IT 기업으로는 최초로 시가총액 5천억 달러를 돌파하며 페이스북, 아마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동안 국내시장 확장에 집중했던 텐센트는 올해부터 해외 IT기업들의 지분을 늘리며 해외시장에서 은밀히 영역 확대를 노리고 있다.
텐센트는 지난 3월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지분 5%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 초에는 미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인 스냅(Snap)의 지분 12%가량을 장중 매입한 사실이 공개됐다.
또 최근에는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기업인 스웨덴 스포티파이와도 10% 지분 교환 협상을 시작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 밖에도 텐센트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비상장 스타트업 업체들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스냅을 제외한 텐센트의 해외 투자는 언뜻 들여다보면 회사의 주력사업인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과 온라인 게임과는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텐센트가 손을 뻗친 기업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페이스북과 애플, 아마존, 구글 등 미국 대표 IT기업들의 경쟁업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CNBC는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스냅은 SNS 시장에서 페이스북의 유일한 대항마였고, 테슬라는 자율주행차 등의 부문에서 현재 구글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 중 텐센트와 가장 경쟁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업체는 페이스북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암호화 메신저 왓츠앱 인수를 놓고 텐센트와 경쟁하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이 등 수술을 받는 기회를 틈타 왓츠앱을 미리 낚아채기도 했다.
CNBC는 마 회장은 알리바바 마윈(馬雲)이나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CEO와 달리 자신의 전략을 요란스럽게 과시하지 않는다며 "2017년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텐센트가 미국 IT기업들에게 조용한 위협이 됐다는 점이 더 명확해졌다"고 해석했다.
이어 "텐센트는 실리콘밸리의 중소기업 뒤에 숨어 매복공격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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