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앙경제공작회의 구체화 방침…수익성 없는 지하철 사업 등 잇단 중단
"성장률 떨어지면 다시 의존할 것" 지적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국 경제의 고질적 병폐인 과다한 부채에 의존한 사회간접자본 투자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이 같은 노선을 구체화한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매년 말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모여 재정, 통화, 금융, 산업, 부동산, 투자 등 경제 각 방면의 다음 해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이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노선은 지난 7월 5년 만에 열린 전국금융공작회의에서 이미 가시화했다.
당시 회의에서 시 주석은 당 간부들에게 부채 수준과 금융 위험에 경각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으며, 특히 부채에 의존한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와 지방 정부의 과다 부채에 유의할 것을 지시했다.
시 주석은 회의에서 "지방 관료가 쌓아올린 과다 부채 문제는 해당 관료가 다른 지역으로 떠난 후에도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엄중하게 경고했다.
이 같은 노선은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더욱 구체적인 경제 정책으로 제시됐다.
시 주석은 "중국은 더는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집착하지 않고, 환경 보호와 효율성, 공정성 등에 더 큰 가치를 둘 것"이라며 당 대회 보고에서 빠지지 않았던 장기 성장률 목표마저 제시하지 않았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노선은 이미 지방 정부의 인프라 투자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중국 전역에서 추진되던 지하철 사업에도 잇따라 제동이 걸렸다.
중앙 정부의 저지로 지하철 사업이 중단된 도시는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수도인 후허하오터(呼和浩特), 후베이(湖北)성 성도인 우한(武漢), 산시(陝西)성 셴양(咸陽) 등이다.
특히 네이멍구 바오터우(包頭)시가 추진하던 지하철 사업은 당 최고 지도부인 7명의 상무위원 중 한 명인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직접 시찰한 후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인구 280만 명인 바오터우시는 시내 차량 대수가 51만3천 대밖에 되지 않으며, 지난해 세수가 270억 위안(약 4조4천억원)에 불과함에도 305위안(약 5조원)의 지하철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다.
반면에 지난해 세출은 410억 위안(약 6조8천억원)에 달해 2조원이 넘는 돈을 중앙과 다른 지방 정부에서 끌어와야 했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50여 개 도시에서 총연장 3천㎞가 넘는 지하철을 건설했으며, 지금도 5천770㎞에 달하는 지하철과 도시 간 철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바오터우시의 경우 시 성장률을 8.6% 끌어올린 지하철 사업이 없었다면 지난해 7.6%의 성장률 달성은 커녕 역성장을 했을 것이며, 이 같은 사례가 중국 전역에 비일비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감사원에 해당하는 심계서(審計署)는 2013년 중국 지방 정부의 직간접적인 부채가 17조9천억 위안(약 3천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더구나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는 공식 부채로 잡히지 않는 유사 부채까지 합칠 경우 중국 지방 정부의 부채가 무려 33조 위안(5천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후싱더우(胡星斗) 베이징이공대 교수는 "지하철 사업과 같은 인프라 투자는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도시를 현대화하고자 하는 지방 관료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받아 챙긴 '뒷돈'도 이들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자 하는 유인책이 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인프라 투자에 의존한 성장 습관을 쉽게 저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베이징의 경제학자 천룽은 "인프라 투자는 중국 경제의 전체 투자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만약 내년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 둔화한다면 중국 정부는 인프라 투자를 다시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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