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도시락으로 점심 때우며 7시간 '마라톤 회동' 끈기
협력과 견제, 물고 물리는 3당 눈치작전…마지막까지 '예측 불허'
공무원 증원 '깨알조정', 법인세도 막판 변경…'2018년' 합의일자 오타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설승은 기자 = 여야 원내지도부는 4일 국회에서 새해 예산안 처리를 두고 끈질긴 협상을 이어간 끝에 극적인 합의로 대미를 장식했다.
여야는 예산안 법정 처리기한을 이틀 넘긴 만큼 이날에야말로 합의를 이뤄내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공무원 증원 규모 등 핵심 쟁점마다 이견이 좁혀질 듯 말 듯한 상황만 반복돼 보는 사람의 애를 태웠다.
하지만 여야는 결국 7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의' 끝에 핵심쟁점에 대한 줄다리기를 마치고 합의문을 발표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여야 원내대표들이 끈기를 갖고서 서로간 절충점을 찾아내면서 예산 파행 및 준예산 편성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협상의 첫 출발은 그리 매끄럽지 않았다.
법정시한이었던 지난 2일 거의 의견을 좁혔다가 결렬된 후, 여야는 4일을 새 마지노선으로 삼아 최대한 빨리 의견 일치를 보겠다고 다짐했고, 여당에서는 '큰 견해차는 없다'며 이날 타결을 자신하는 모습도 감지됐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의 이날 아침 조찬 회동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물론 예산안 처리 이후 개헌·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루는 듯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공무원 증원·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등에서는 국민의당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민주당의 2중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천명하면서 분위기는 더 경색되는 듯했다.
3당 체제 아래서 각당의 물고 물리는 협력·견제의 '삼각함수' 역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 직전 "아침도 두 분(우 원내대표와 김 원내대표)이 하나의 식사를 나눠 먹고, 사이가 아주 좋다. 미리 두 분이 만나 귤도 까먹고 있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이철우 최고위원 역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가 전쟁으로 망하지 않으면 공무원을 증원해서 망하거나 아기를 낳지 않아서 망하게 된다"며 "이번 예산에서 소방관과 경찰을 증원하기로 했다. (다른) 공무원 증원은 막아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시선을 받은 채 오전 10시에 만난 3당 원내대표들은 이후 7시간 동안 회동장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은 채 점심식사도 도시락으로 대체하며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 역시 회동장에 머무르며 논의에 참여했다.
회동장에서는 막판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안을 만들기 위한 원내대표들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공무원 증원 규모만 하더라도 여야의 줄다리기 끝에 9천500명으로 조절했다가, 막판에 야당의 요구로 25명을 더 줄여 9천475명으로 합의하는 등 '깨알 조정'을 했다.
일각에서는 '9천500명으로 합의할 경우 반올림하면 여당이 사수하려 했던 1만명이 된다는 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법인세 인상 역시 애초 '과세표준 최고구간 2천억원 이상, 최고세율 24%' 안을 두고 논의가 되다가 막판에 '과세표준 최고구간 3천억원 이상, 최고세율 25%' 안으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회동장 밖에서는 담판과 관련한 얘기가 새어 나올 때마다 희비가 교차했다.
공무원 증원에서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는 한숨이 나오기도 했고, 조만간 합의문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소식에는 작은 탄성도 터져 나왔다.
결국 원내대표들은 7시간에 걸친 회동 끝에 극적으로 합의문을 발표할 수 있었다.
세 원내대표 모두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고, 우 원내대표나 정 원내대표는 손바닥이나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럼에도 합의문을 한 줄씩 번갈아 읽으면서 세 원내대표는 모처럼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 과정에서 세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문의 날짜가 추후 확인 결과 '2018년 12월 4일'이라고 잘못 표기되는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국회 관계자는 "실무자의 착오로 2017년을 2018년으로 잘못 쓴 것 같다"고 설명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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