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경찰, 탐사보도 기자 암살 용의자 10명 체포"

입력 2017-12-04 20:24  

"몰타 경찰, 탐사보도 기자 암살 용의자 10명 체포"
EU "몰타에 '죄 지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 존재"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10월 차량 폭발로 암살 당해 지중해 섬나라 몰타를 발칵 뒤집어 놓은 탐사 전문 기자의 살해 용의자 10명이 사건 발생 약 1개월 반 만에 체포됐다.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는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의 암살 용의자 10명이 4일 아침(현지시간) 전개된 경찰과 군, 정보 기관의 합동 작전으로 검거됐다고 발표했다.
상당 기간의 추적 끝에 붙잡힌 용의자들은 모두 몰타 국적자로, 대부분 전과자라고 무스카트 총리는 설명했다.
수사 당국은 향후 이들에 대해 최대 48시간 심문을 거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53세를 일기로 세상을 뜬 갈리치아 기자는 직접 만든 블로그에 여야를 막론한 고위 정치인들과 몰타 유력 인사들의 부패와 몰타에서 활동하는 조직 범죄단의 범법 행위 등을 가차 없이 폭로해 '1인 위키리크스'라는 평가를 받아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 10월 16일 소형차를 몰고 외출하다가 차량에 설치된 폭발물이 원격 조종에 의해 터지며 몰타 섬 북부의 자택 근처에서 폭사했다.
올 4월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에 언급된 한 회사의 소유주가 무스카트 총리의 부인이라고 언급해 몰타의 조기 총선을 촉발한 그의 죽음은 평화로운 휴양지로 비치던 인구 43만 명의 유럽연합(EU) 최소국 몰타 이면의 그림자를 드러내며 국제 사회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사건 이후 무스카트 총리는 갈리치아 기자의 유족으로부터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풍토를 만들며 몰타를 '마피아 국가'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고, 장례식 참석조차 거부되는 등 수모를 당했다. .
이 사건 이후 몰타 정부의 법치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표현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해온 EU는 지난 주 몰타에 대표단을 파견, 몰타의 사법 당국과 시민 단체 관계자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한 뒤 "몰타에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존재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편, 몰타 정부는 갈리치아 기자의 죽음으로 국내외에서 비난이 쇄도하자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힐 실마리를 제공하는 제보자에게 100만 유로(약 13억원)의 사례금을 내건 채 EU 경찰 기구인 유로폴에서 파견된 조직 범죄 전담 조직,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네덜란드 법의학 전문가 등 국제 수사진의 도움을 받아 수사를 진행해왔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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