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전략·감세안 탄력 계기로 '레이건 유산' 확대 시도
WP 칼럼 "트럼프 말·행동·정책은 레이건 비전과 근본적 차이"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취임 1년이 다가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베일을 벗게 될 '국가안보전략'(NSS) 발표를 계기로 '신(新) 레이건주의'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태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모토라 할 수 있는 '미국 우선주의'도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평화'를 내세운 레이건 전 대통령의 '강한 미국론'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2일 상원을 통과해 9부 능선을 넘은 감세안도 남은 관문들을 무사히 넘기게 되면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인 1986년 실시된 세제개혁 이후 31년 만에 이뤄지는 최대 폭의 감세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리스트 조시 로긴은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당신은 로널드 레이건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서 "곧 모습을 드러낼 국가안보전략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시절 외교정책의 계승을 표방할 것"이라며 "자신의 대통령 취임을 레이건 대통령의 세계관에 대한 '헌사'로 규정하면서 '레이건 유산'의 확대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 2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 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현대판 레이건'에 비유하며 "우리는 레이건 대통령이 1987년 첫 번째 국가안보 전략을 발표했을 때와 비슷한 기로에 놓여있다"며 "수정주의 세력인 러시아와 중국이 2차 세계 대전 이후의 정치·안보 질서를 전복하려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이 본토안보와 번영 및 영향력 향상과 함께 '힘을 통한 평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면서 ▲ 미국적 가치의 국제적 고취 ▲ 국가안보의 축으로서 국방과 함께 외교 증진 ▲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위협과 안보적 도전에 대한 이해 ▲ 세계 환경의 역동적이고 경쟁적인 본질에 대한 이해 등 4가지를 레이건 시대와 트럼프 시대의 유사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조시 로긴은 "트럼프의 말과 행동, 정책들은 세계 속에서 미국이 맡은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레이건의 비전에서 얼마나 멀리 벗어났는지를 보여준다"며 "맥매스터의 발언은 의도와 달리 두 대통령이 근본적으로 얼마나 다른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맥매스터 보좌관은 미국적 가치의 국제적 고취를 언급했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不) 개입 주의와 모순되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기록을 보면 외교를 강조해왔다는 것도 실제와는 정반대"라며 외교 예산 삭감, 다자협정 폐기 등을 예로 들었다.
이어 "맥매스터 보좌관 등 다른 고위 관리들이 러시아와 중국이 가하는 위협에 대해 현실적 인식을 하고 있는데 반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반(反) 미국 전략을 과소평가하거나 미국에 관한 중국의 의도에 대해 장밋빛 청사진만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자유무역주의를 신봉했으며 보호주의적 조치들을 거부한 바 있다는 게 로긴의 분석이다.
로긴은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이 도덕적 표상과 인류를 위한 횃불이 돼야 한다고 믿었으며, 그의 행동과 말은 그 기준을 충족했다"며 "트럼프 대통령, 당신은 로널드 레이건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여야 의원을 가리지 않고 '말의 전쟁'도 불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레이건 전 대통령은 민주당 인사들과도 자주 대화를 나눴다는 점, 51대49로 가까스로 상원 벽을 넘은 트럼프 감세안과 달리 레이건 감세안은 민주당도 압도적으로 찬성해 97대3으로 상원에서 통과된 점 등을 두 사람의 다른 점으로 꼽는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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