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직장 내 성추행 엄단 방침에 상급자들 '꽁꽁'
(광주=연합뉴스) 전승현 기자 = "저희 부서는 송년회 때 저녁 식사만 하고 2차 노래방은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부서 회식 때 술잔 돌리기를 하면 여직원에게서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아예 술잔 돌리기 금지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공직사회가 연말 송년회를 앞두고 몸조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직장 내 성추행(성희롱)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자칫 송년회 2차 술자리로 인해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공직사회에 퍼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을 막론하고 직장 내 성희롱과 성폭력이 끊이지 않아서 국민의 우려가 매우 크다"며 "특히 공공기관들부터 기관장들의 인식전환과 더욱 엄정한 조치들이 필요하다"며 기관장이나 부서장의 책임론까지 거론하면서 '송년회 간소화'가 자리를 잡는 분위기다.
따라서 광주시청과 광주정부종합청사 주변 등 관가에는 2차는 기본이었고 흥청망청 3, 4차까지 이어졌던 과거 송년회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정부종합청사에 입주한 정부기관의 간부급 공무원은 5일 "직장 내 여직원 성추행 문제에 대한 정부의 엄단 조치가 예상되면서 상급 기관에서 송년회 때 2차 노래방을 가지 말도록 지시가 내려왔다"며 "간단한 저녁 식사로 송년회를 대신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부 정부기관은 감사관이 직원들에게 송년회 때 술잔 돌리기 금지 지시까지 내린 상태다.
부서장이 부서원 단합을 위해 폭탄주를 돌리는 과정에서 술을 못하는 여직원들에 대한 '권주'(勸酒)가 자칫 갑질로 비칠 수 있고 여직원들에게 술을 따르도록 강요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모 공무원은 "모 정부기관에서 최근 여직원이 술잔 돌리기가 성추행에 해당한다는 글을 올리면서 술잔 돌리기를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광주시청 간부급 공무원은 "신입 공무원 중 여직원 비율이 높아지면서 회식하기가 조심스럽다"며 "특히 술을 마시면 실수로 이어지고 2차 노래방에서의 블루스 등 '간단한 스킨십'이 나중에 성추행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 모 구청 간부급 공무원은 "대통령이 직장 내 성추행이 발생하면 기관장, 부서장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혀 국·과장들이 몸조심한다"며 "송년회가 단합의 의미도 있는데 너무 간소하게 치러지게 돼 아쉬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shch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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