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시계 대여·체험 공방·학습공간 등 운영
점포에서만 가능한 서비스로 통신판매에 맞서기 위한 '생존전략'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백화점과 패션 빌딩 등 일본의 대형 상업시설들이 "물건을 팔지 않는 점포"를 잇따라 설치하고 있다.
유통·판매시설에 '물건을 팔지 않는 점포' 설치라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사실은 무서운 기세로 유통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인터넷 통신판매에 맞서기 위한 생존전략의 일환이다. 렌털(대여)이나 체험형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도쿄(東京) 도심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유라쿠초(有?町)마루이 백화점은 지난달 23일 고급 손목시계 대여점인 "가리토케"를 오픈했다. 점포 내에는 롤렉스, 오메가를 비롯, 신품 가격이 200만 엔(약 2천만 원)에 이르는 스위스 명품 시계 위블로 등 유명 브랜드 고급 시계 60여 개가 전시됐다. 세금을 제외하고 제품에 따라 월 3천980(약 3만9천 원)~1만9천800 엔(약 19만 원)인 대여료를 내면 좋아하는 시계를 빌려 찰 수 있다. 월 1회는 다른 시계로 교환할 수도 있다.
마루이그룹 점포 설치 담당자는 "예상보다 반응이 아주 좋다"면서 "렌털로 제품을 써보고 나서 실물을 갖고 싶어하는 고객도 있을 것으로 보여 판매로 이어지는 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 백화점 업체인 소고·세이부(西武) 산하의 소고지바(千葉)점도 "체험형 전문점"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소고지바점은 별관에 액세서리 등을 직접 만드는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공방인 '메이커스 스페이스'를 지난달 25일 오픈했다.
400㎡ 넓이의 공방에는 인조가죽 커터 등 최신 가공용 공작기기가 갖춰져 있어 본격적으로 자기만의 오리지널 잡화를 만들 수 있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를 프린트한 쿠션을 만들고 있던 지바시에 사는 한 남성(58)은 "모든 점포가 똑같은 물건을 취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체험기회를 제공하는 건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별관내에는 학습이나 교제장소로 활용할 수 있는 공유 공간도 마련돼 있다.
긴테(近鐵)백화점은 오사카(大阪)시 아베(阿倍)구에 있는 긴테쓰(近鐵)본점의 특매행사장을 배움의 공간인 '스토아카'로 바꿨다. 신흥기업인 스트리트 아카데미와 공동으로 "가벼운 기분으로 하는 자기 연마"를 주제로 사진과 영어회화 등 단발 강좌를 개최하는 공간이다. 직장 일을 끝내고 귀가하는 여성을 타깃으로 상정하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백화점 등의 대형 상업시설이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는 건 주력 상품인 의류판매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터넷 통신판매에 고객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백화점 협회에 따르면 작년 전국의 백화점 매출은 5조9천780여억 엔(약 59조7천800억 원)으로 피크였던 1991년(약 9조7천130억 엔)에 비해 40%나 감소했다. 이에 비해 인터넷 통신판매액은 작년에 15조 엔(약 150조 원)을 넘어섰다.
마쓰시타 모토코 노무라(野村)종합연구소 선임 컨설턴트는 "점포가 그냥 물건을 팔기만 해서는 인터넷에 이길 수 없다"고 지적하고 "실제 점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부가가치와 프로그램을 준비해 고객이 점포를 찾는 계기를 만들 필요가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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