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단·부설학교에 성추문 폭로 투서 접수…마틴스 "지금은 할말 없어"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에서 시작된 성추문 폭로가 이제는 무용계까지 덮치며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아메리칸발레학교는 최근 세계적인 무용가 피터 마틴스(71)가 주 1회 진행하는 강습을 중단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학교 예술감독이자 이사회 의장인 마틴스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투서가 접수됐기 때문이라고 학교 측은 밝혔다.
학교 측은 성명을 내고 "학생들의 안녕과 안전은 우리가 최우선시하는 사항"이라며 "마틴스의 과거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익명의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투서에는 마틴스가 예술감독을 맡으며 오랜 시간 이끌어온 뉴욕시티발레단에서의 성추행 의혹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메리칸발레학교는 뉴욕시티발레단의 부설 기관이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발레단과 공조해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투서에 구체적인 의혹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발레단과 함께 이쪽 분야에 특화한 법률회사를 기용, 철저한 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발레단도 곧이어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냈으나 "진행 중인 조사가 의혹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덴마크 왕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출신인 마틴스는 1969년 미국으로 건너가 러시아의 유명 무용수 게오르게 발란친이 설립한 뉴욕시티발레단에 합류했다. 발란친 사후에는 제롬 로빈스와 함께 발레단의 공동 발레 마스터를 맡아 이끌며 안무가로서도 이름을 알렸다.
마틴스는 NYT와의 통화에서 "이미 발레단에서 밝힌 것으로 안다"며 말을 아꼈다. 더 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는 질문에도 "현시점에선 없다"고 답했다.
이 발레단의 전직 무용수들은 최근 인터뷰에서 마틴스가 무용수들과 관계를 맺었으며 이렇게 개인적인 관계를 맺은 무용수들은 더 좋은 역할을 배정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마틴스는 결혼 직후인 1992년 같은 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나인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다.
한편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제임스 러바인(74)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명예 음악감독의 네번째 피해자도 등장했다.
앨빈 이프지크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다른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메도브룩 음악학교에 다니던 1968년 러바인에게 처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 남성은 당시 20세였으며 성적 학대가 수년간 지속됐다고 밝혔다.
앞서 메트는 레바인 감독이 30여년 전 10대 소년들을 성추행한 의혹이 불거지자 정직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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