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않는데 돈 내라고?" 운전자들 항의에 정부 한발 물러나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최근 베트남 남부 메콩강 삼각주에 있는 띠엔장 성의 한 민자도로 통행료 징수 문제가 현지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다.
1번 국도에 연결해 까이러이라는 지역을 우회,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도로 12㎞를 민간투자사업(BOT)으로 건설했는데 운전자들이 민자도로를 이용하지 않아도 통행료를 내게 되자 강하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된 것이다.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민간 사업자가 당국의 허가를 받아 요금소를 우회도로 나들목이 아닌 국도 중간에 설치한 탓이다.
5일 뚜오이쩨와 베트남 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요금소는 지난 8월 1일 통행료를 받기 시작했다가 운전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같은 달 14일 통행료 징수를 1차례 중단했다.
요금소는 이어 지난달 30일 다시 통행료 징수를 시작했지만, 반발한 운전자들이 소액 동전 등으로 통행료를 내는 등 고의로 업무를 마비시켰고 요금소 측과 운전자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요금소 주변이 극심한 차량정체로 몸살을 앓자 지난 4일 오후 결국 통행료 징수를 재차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 이례적으로 시민이 집단행동을 해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현지 언론과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자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사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섰다.
푹 총리는 지난 4일 저녁 관계 부처 장관과 띠엔장 성 지도부가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소집한 뒤 통행료 징수를 1∼2개월간 중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푹 총리는 이 자리에서 "어떤 경제적인 문제도 사회 무질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합리한 요금소를 이전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전문가인 부 딘 아인은 "까이러이 요금소의 부적절한 위치 때문에 문제가 불거진 만큼 요금소 위치를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쩐 꽝 찌에우 국회의원도 "운전자들이 매년 도로 유지비용을 내고 있으므로 국도의 질적 개선을 위한 투자는 정부가 해야 한다"면서 "까이러이 요금소를 우회도로로 옮기는 것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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