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 호송차량 부수고 구해내…사카슈빌리 "포로셴코, 푸틴과 공모"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주(州) 주지사에서 쫓겨난 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탄핵 운동을 이끌고 있는 미하일 사카슈빌리 전(前)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 검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났다고 인테르팍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카슈빌리는 이날 검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시내에 있는 그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체포됐다.
사카슈빌리는 검찰 체포를 피해 8층 건물 지붕으로 대피해 자신을 체포하려 시도하면 투신하겠다고 협박하며 버텼으나 결국 검거됐다.
하지만 사카슈빌리 집 근처로 몰려온 지지자들이 그를 태운 검찰 호송 차량을 둘러싸고 연행에 항의하다 차 문을 부순 뒤 그를 구출해 냈다.
풀려난 사카슈빌리는 지지자들에게 포로셴코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러 의회로 가자고 촉구한 뒤 그들과 함께 의회 방향으로 행진했다.
뒤이어 사카슈빌리는 의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며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에서 이루어지는 자신에 대한 탄압과 수사의 배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우크라이나의 반역자인 포로셴코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러시아와 부패한 공모를 하고 있다"면서 "푸틴과 그의 일당을 위해 일하는 포로셴코를 물러나게 하도록 의회에 평화적 방법으로 압력을 가해 달라"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이날 사카슈빌리가 러시아에 망명 중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前) 우크라이나 대통령 측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야권 시위를 조직하는 등 정권 찬탈을 시도해 그를 체포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사카슈빌리의 측근이 야누코비치 측으로부터 50만 달러(약 5억5천만 원)를 받은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를 확보했으며 측근 인사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과 연계된 범죄조직 지원과 비호 혐의로 사카슈빌리를 가택연금에 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부패한 우크라이나 중앙정부 관료들이 자신들의 범죄 사실을 감추기 위해 사카슈빌리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카슈빌리는 지난 2004~2013년 2기에 걸쳐 조지아의 대통령을 지내며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등 강력한 친서방 노선을 밀어붙여 러시아와 심각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2008년엔 자국에서 독립하려는 남오세티야 공화국을 지원한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3선에 실패한 뒤 우크라이나로 이주해 못다 이룬 친서방 개혁 구상을 펼치려던 그는 2015년 5월 역시 러시아와 대립하며 친서방 노선을 걷던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의해 오데사 주지사에 임명됐다.
조지아 국적을 포기하고 우크라이나 국적을 부여받은 그는 그해 5월부터 약 1년 6개월 동안 주지사직을 수행하며 개혁 정책을 추진했으나 중앙정부 인사들과의 심각한 갈등 끝에 결국 포로셴코 대통령에 의해 해임되고 말았다.
사카슈빌리는 이후 한동안 우크라이나를 떠났다가 지난 9월 중순 재입국해 반정부 운동을 이끌고 있다.
그는 포로셴코 정부 내 부패 관료들이 우크라이나의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사카슈빌리는 앞서 지난 3일 키예프 시내에서 야권 지지자들을 모아 포로셴코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사카슈빌리는 집회 연설에서 포로셴코 대통령 탄핵, 부패 관료 및 의원 처벌을 위한 반(反)부패 재판소 창설, 의원 면책 특권 폐지, 선거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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