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의자 석방'에 잦아진 검찰 공개반발…석달 새 9번
"기각 사유 납득 어렵다" 반발…실제 영장 재청구는 소수
문무일 "명확한 기준 필요"…일각선 "수사 명분 쌓기"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최근 중요 사건 피의자를 석방하거나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등의 법원 결정에 대해 검찰이 공개적으로 이견을 표출하거나 반발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그 적정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영장 발부에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법원을 압박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검찰이 수사 명분을 쌓기 위해 장외 여론전에 치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른바 '적폐 수사' 등이 본격화한 올해 9월부터 이달 5일까지 피의자 구속 여부에 대해 법원이 심사한 뒤 내린 결정에 검찰이 공개 반발한 사례가 9번에 달했다.
'납득이 어렵다'는 짤막한 입장에서부터 영장전담 판사들의 발부 기준이 의심된다는 입장문까지 다양한 형식이 등장했다.
반면 이 같은 공개반발 후 검찰이 구속영장 재청구에 나선 경우는 소수였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한 경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이모 전 경영지원본부장과 국정원 댓글부대 의혹에 관여한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 정도다. 추 전 국장과 달리 이 전 본부장은 두 번째 영장마저 기각돼 불구속 기소됐다.
이를 두고 한 부장판사는 "수사 여건이 악화하면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상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검찰이 대형 수사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의식해 '법원 탓'을 강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원님 재판'처럼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사례처럼 똑같은 상황에서 판사가 누구이냐에 따라 구속·석방 결정이 달리 나오는 상황을 무조건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문 총장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신체의 자유 제한과 관련해선 '이 정도면 구속된다'고 공동체가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은 이런 이유에서 나온 언급으로 해석된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영장심사도 하나의 재판인 만큼 판단 근거를 구체적으로 남기고 검찰이 불복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에선 이런 취지로 '영장항고제' 도입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를 두고 법원 일각에서는 검찰이 영장 재청구 등 형사사법 절차를 통해 사법부를 설득하려 노력하지 않고 공개반발로 여론을 움직이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장항고제와 관련해서도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결국 영장을 번번이 계속 청구해 피의자를 몰아붙이며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더 늘어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
│[표] 검찰이 공개 반발한 영장 기각·석방 최근 사례* │
├─────┬─────┬──────┬──────┬───┬───────┤
│기각 │피의자│직위(전직) │사건│판사 │비고 │
├─────┼─────┼──────┼──────┼───┼───────┤
│9월 8일 │이○○│KAI 경영지원│KAI 채용비리│권순호│재청구 기각돼 │
│ │ │본부장 │ 의혹 │ │불구속 기소 │
├─────┼─────┼──────┼──────┼───┼───────┤
│9월 8일 │노○○ 등 │국정원 직원 │국정원 댓글 │오민석│불구속 기소 │
│ │ ││부대 의혹 │ │ │
├─────┼─────┼──────┼──────┼───┼───────┤
│9월 14일 │박○○│KAI 고정익개│KAI 분식회계│강부영│불구속 기소 │
│ │ │발사업관리실│ 의혹 │ │ │
│ │ │장 ││ │ │
├─────┼─────┼──────┼──────┼───┼───────┤
│10월 20일 │추선희│어버이연합 │국정원 관제 │오민석│불구속 기소 │
│ │ │사무총장│시위 의혹 │ │ │
├─────┼─────┼──────┼──────┼───┼───────┤
│10월 20일 │추명호│국정원 국익 │국정원 댓글 │강부영│재청구해 구속 │
│ │ │정보국장│부대 의혹 │ │기소 │
├─────┼─────┼──────┼──────┼───┼───────┤
│11월 22일 │김관진│국방부 장관 │군 댓글공작 │신광렬│적부심 석방· │
│ │ ││의혹│ │재청구 미정 │
├─────┼─────┼──────┼──────┼───┼───────┤
│11월 24일 │임관빈│국방부 정책 │군 댓글공작 │신광렬│적부심 석방· │
│ │ │실장│의혹│ │재청구 미정 │
├─────┼─────┼──────┼──────┼───┼───────┤
│11월 25일 │전병헌│청와대 정무 │롯데홈쇼핑 │강부영│재청구 미정 │
│ │ │수석비서관 │뇌물 의혹 │ │ │
├─────┼─────┼──────┼──────┼───┼───────┤
│12월 5일 │송○○ 등 │맥도날드 패 │대장균 오염 │권순호│재청구 예고 │
│ │ │티 공급업자 │패티 공급 의│ │ │
│ │ ││혹 │ │ │
├─────┴─────┴──────┴──────┴───┴───────┤
│※ 출입기자단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거나 입장문을 배포한 경우를 집계│
│(서울=연합뉴스) │
└─────────────────────────────────────┘
bangh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각 사유 납득 어렵다" 반발…실제 영장 재청구는 소수
문무일 "명확한 기준 필요"…일각선 "수사 명분 쌓기"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최근 중요 사건 피의자를 석방하거나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등의 법원 결정에 대해 검찰이 공개적으로 이견을 표출하거나 반발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그 적정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영장 발부에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법원을 압박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검찰이 수사 명분을 쌓기 위해 장외 여론전에 치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른바 '적폐 수사' 등이 본격화한 올해 9월부터 이달 5일까지 피의자 구속 여부에 대해 법원이 심사한 뒤 내린 결정에 검찰이 공개 반발한 사례가 9번에 달했다.
'납득이 어렵다'는 짤막한 입장에서부터 영장전담 판사들의 발부 기준이 의심된다는 입장문까지 다양한 형식이 등장했다.
반면 이 같은 공개반발 후 검찰이 구속영장 재청구에 나선 경우는 소수였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한 경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이모 전 경영지원본부장과 국정원 댓글부대 의혹에 관여한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 정도다. 추 전 국장과 달리 이 전 본부장은 두 번째 영장마저 기각돼 불구속 기소됐다.
이를 두고 한 부장판사는 "수사 여건이 악화하면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상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검찰이 대형 수사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의식해 '법원 탓'을 강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원님 재판'처럼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사례처럼 똑같은 상황에서 판사가 누구이냐에 따라 구속·석방 결정이 달리 나오는 상황을 무조건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문 총장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신체의 자유 제한과 관련해선 '이 정도면 구속된다'고 공동체가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은 이런 이유에서 나온 언급으로 해석된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영장심사도 하나의 재판인 만큼 판단 근거를 구체적으로 남기고 검찰이 불복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에선 이런 취지로 '영장항고제' 도입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를 두고 법원 일각에서는 검찰이 영장 재청구 등 형사사법 절차를 통해 사법부를 설득하려 노력하지 않고 공개반발로 여론을 움직이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장항고제와 관련해서도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결국 영장을 번번이 계속 청구해 피의자를 몰아붙이며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더 늘어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
│[표] 검찰이 공개 반발한 영장 기각·석방 최근 사례* │
├─────┬─────┬──────┬──────┬───┬───────┤
│기각 │피의자│직위(전직) │사건│판사 │비고 │
├─────┼─────┼──────┼──────┼───┼───────┤
│9월 8일 │이○○│KAI 경영지원│KAI 채용비리│권순호│재청구 기각돼 │
│ │ │본부장 │ 의혹 │ │불구속 기소 │
├─────┼─────┼──────┼──────┼───┼───────┤
│9월 8일 │노○○ 등 │국정원 직원 │국정원 댓글 │오민석│불구속 기소 │
│ │ ││부대 의혹 │ │ │
├─────┼─────┼──────┼──────┼───┼───────┤
│9월 14일 │박○○│KAI 고정익개│KAI 분식회계│강부영│불구속 기소 │
│ │ │발사업관리실│ 의혹 │ │ │
│ │ │장 ││ │ │
├─────┼─────┼──────┼──────┼───┼───────┤
│10월 20일 │추선희│어버이연합 │국정원 관제 │오민석│불구속 기소 │
│ │ │사무총장│시위 의혹 │ │ │
├─────┼─────┼──────┼──────┼───┼───────┤
│10월 20일 │추명호│국정원 국익 │국정원 댓글 │강부영│재청구해 구속 │
│ │ │정보국장│부대 의혹 │ │기소 │
├─────┼─────┼──────┼──────┼───┼───────┤
│11월 22일 │김관진│국방부 장관 │군 댓글공작 │신광렬│적부심 석방· │
│ │ ││의혹│ │재청구 미정 │
├─────┼─────┼──────┼──────┼───┼───────┤
│11월 24일 │임관빈│국방부 정책 │군 댓글공작 │신광렬│적부심 석방· │
│ │ │실장│의혹│ │재청구 미정 │
├─────┼─────┼──────┼──────┼───┼───────┤
│11월 25일 │전병헌│청와대 정무 │롯데홈쇼핑 │강부영│재청구 미정 │
│ │ │수석비서관 │뇌물 의혹 │ │ │
├─────┼─────┼──────┼──────┼───┼───────┤
│12월 5일 │송○○ 등 │맥도날드 패 │대장균 오염 │권순호│재청구 예고 │
│ │ │티 공급업자 │패티 공급 의│ │ │
│ │ ││혹 │ │ │
├─────┴─────┴──────┴──────┴───┴───────┤
│※ 출입기자단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거나 입장문을 배포한 경우를 집계│
│(서울=연합뉴스) │
└─────────────────────────────────────┘
bangh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