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이스라엘 수도 인정 의미(종합)

입력 2017-12-06 06:27   수정 2017-12-06 07:12

트럼프 "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이스라엘 수도 인정 의미(종합)

팔레스타인·사우디·요르단·이집트 정상에 전화 걸어 귀띔
아랍권 이슬람 국가들 강력 반발·유엔도 반대…백악관 "내일 발표"

(워싱턴·뉴욕=연합뉴스) 이승우 이귀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주변국에 전했다고 5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FP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들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살만 사우디 국왕,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 등 주변 4개국 정상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이 밝혔다.
압바스 수반의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이 압바스 수반에게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여부에 대한 결정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세계 질서를 좌우하는 최강대국 미국이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것은, 예루살렘을 수도라고 주장하는 이스라엘의 입장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중동 지역 전체와 이슬람 국가들 사이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최종 지위 협상에서 예루살렘 문제가 결정돼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오랜 외교적 입장을 뒤바꾸는 것일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타협이 불가능한 종교 문제까지 개입돼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부터 유지해온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아 왔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동부와 요르단 강 서안 지구를 1967년 점령하고 동예루살렘을 병합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전체를 '통일 수도'라고 주장하지만,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 동부가 현재 이스라엘에 무단 점유됐을 뿐 미래에 국가 지위를 되찾고 반드시 수도로 수복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해 언제라도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의중이 알려지자 아랍권과 이슬람 국가들은 즉각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한 4개국 지도자들은 미국이 그 결정을 내릴 경우 미국 주도로 진행돼온 평화 중재 노력이 훼손되고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며 "일방적 결정을 반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터키 역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미 대사관 이전 여부를 '레드 라인'으로 여기겠다고 선언하고, 이스라엘과의 단교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반대 대오에 합류했다.
아랍권뿐 아니라 유엔을 위시한 국제사회도 미국의 '일방적 행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예루살렘을 관련 안보리 결의안들에 근거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당사자의 직접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만 하는 최종적 문제로 항상 여긴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이날 로이터 통신과의 익명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은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작업은 6개월 뒤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예루살렘에 대한 대통령의 결정과 관련해 많은 의문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대통령은 내일 그의 조치와 관련해 연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샌더스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을 앞서가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과 당선인 시절부터 여러 차례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는 의향을 이스라엘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져 아랍 국가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YNAPHOTO path='AKR20171206010251072_02_i.jpg' id='AKR20171206010251072_0201' title='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caption=''/>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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