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이팔 합의로 결정될 사안" 입장 견지
美행정부는 '대사관 이전법' 갱신시한 다가오자 태도변화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백악관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사실상 천명하는 이 같은 안을 6일(현지시간) 결정,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 논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단호하다"고 말해 대사관 이전이 임박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제외한 지구촌 주요국과 국제기구 대다수는 미국의 일방적 결단을 반대하는 분위기다.
일단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자국 수도로 보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도 성명을 통해 "예루살렘은 3천년 동안 유대인의 수도였고, 과거 70년 동안 이스라엘의 수도였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가 공인하는 팔레스타인의 정부는 예루살렘 동부를 미래의 자국 수도로 간주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무장정파인 하마스는 이스라엘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예루살렘 전체를 팔레스타인의 수도로 부르고 있다.
이스라엘의 강력한 동맹인 미국의 입장은 미묘했다.
미국 의회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며 자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라고 요구하는 법안을 1995년 통과시켰다.
'예루살렘 대사관 법'으로 명명된 이 법률은 미국 정부의 조치에 대한 구속력을 지녔다.
하지만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고려해 적용을 6개월간 연기할 수 있다는 단서 때문에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았다.
전임 대통령들인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는 이 조항을 6개월마다 갱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대사관 이전을 제시했으나 마지못해 올해 6월 적용을 한 차례 연기했다.
그는 이제 다시 '예루살렘 대사관 법'을 이행할 시점이 다가오자 태도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예루살렘을 둘러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 갈등에 되도록 중립을 지키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주요국 대다수가 이 문제는 쌍방이 협상을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는 기본 입장을 수십 년간 견지해왔다.
유엔도 쌍방의 합의를 통해 예루살렘이 현재 이스라엘과 미래 팔레스타인의 수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의 이런 입장에 따라 세계 각국은 대사관을 이스라엘의 경제수도인 텔아비브에 두고 있다.
각국은 이스라엘의 수도가 어디인지는 언급도 삼가고 있다.
볼리비아,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도미니카공화국,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아이티, 네덜란드, 파나마,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13개국은 한때 예루살렘에 대사관을 뒀다.
그러나 이들 대사관은 유엔이 이전을 권고하는 결의를 내놓자 1980년까지 일제히 텔아비브로 옮겨갔다.
예루살렘에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격동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유엔은 1947년 영국의 통치를 받던 팔레스타인을 유대인 국가, 아랍 국가, 예루살렘 등 세 구역으로 나눌 계획을 세웠다.
계획대로라면 예루살렘은 국제사회에서 특수하게 통치되는 구역이 될 예정이었다.
이에 유대인 지도자들은 찬성했으나 아랍권이 거부하면서 계획은 시행되지 않았다.
영국이 이듬해 팔레스타인에서 철수한 뒤 예루살렘의 서부를 장악한 이스라엘과 동부를 차지한 요르단, 팔레스타인이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또 전쟁이 불거졌을 때 동예루살렘을 점령해 병합했으나 국제사회는 한 차례도 이를 합법조치로 인정한 적이 없다.
현재 동예루살렘 주민의 대다수는 팔레스타인인이다. 이들은 전적으로 이스라엘의 통치를 받고 있으나 의회 선거 때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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