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이 뜨거운 감자인 이유

입력 2017-12-06 10:48  

'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이 뜨거운 감자인 이유
트럼프 예루살렘 수도 인정 무리수는 국내 정치 때문 지적
"정작 이스라엘은 조용한 데 美가 서둘러" <미 관계자>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이에 따른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으로의 이전 방침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중동 정국에 또 다른 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예루살렘 문제는 그동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중동평화협상의 가장 예민한 부분으로 그 폭발적 후유증을 고려해 미국의 역대 행정부도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1995년 유대로비의 영향 하에 있는 미 의회가 예루살렘 수도 이전법을 가결했으나 행정부는 현실적인 파장을 우려해 6개월 시한의 정기적인 유예명령으로 이를 유보해왔다.
굳이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 수도 인정과 대사관 이전을 강행하려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선거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러시아 스캔들로 수세에 몰린 정국을 돌파하고 공화당원들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한 국내 정치적 동기도 한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화당 주류인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들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데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데이비드 프리드먼 이스라엘 대사 등 강력한 친유대 인사들이 대통령 주위에 포진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없지 않아 보인다.
실제 이스라엘 지도층도 중동평화협상이 답보상태에 있는 현 상황에서 예루살렘 수도 인정과 대사관 이전과 같은 자극적 사안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작 이스라엘 당사자는 별로 급하지 않은 데 오히려 미국 측이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내 유력 유대로비단체인 '제이 스트리트'(J Street)의 딜런 윌리엄스 부회장도 포린폴리시(FP)에 "중동 평화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대통령이나 개인의 광범위한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주의 수호재단'의 조너선 샌저 부회장 역시 "이는 미국의 조치이며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조용하다"고 지적했다.
예루살렘은 그동안 이-팔 협상의 핵심 사안이 돼온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오랫동안 유지돼온 국제사회의 합의를 아주 위험스러운 방식으로 깨트릴 위험성이 높다고 일간 가디언은 5일 지적했다.
가장 예민한 예루살렘 지위 문제는 이-팔 평화협상의 마지막 단계에서 합의돼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명백한 원칙이고 미국의 역대 행정부들도 수락한 것이다.
더구나 아랍권은 물론 유럽연합(EU), 터키 등 국제사회가 예루살렘 수도 인정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만큼 '리스크'가 아주 높은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통합된 항구적인' 수도라고 주장해 왔으나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 등 그 구성 요소에 비춰 항상 갈등의 요인이 상존해온 게 사실이다.
70년 전 영국 통치가 끝나면서 유엔의 결정으로 예루살렘은 유대와 아랍지구로 나뉘었으나 1948년 전쟁으로 동서 예루살렘이 요르단과 이스라엘 통치구역으로 분단됐다. 마치 베를린 장벽처럼….
그리고 1967년 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마저 점령함으로써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통치 하로 들어갔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것은 영토와 평화라는 더욱 광범위한 문제들과 결부돼 있다. 우선 2국 해법에 따라 팔레스타인 독립국이 들어설 경우 그 수도가 동예루살렘이 되어야 한다는 팔레스타인 측 요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정할 경우 정착촌을 비롯해 이스라엘 측이 그동안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감행해온 모든 점령정책을 추인하는 결과가 된다.
민족주의와 종교, 안보 문제 등도 아주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안들이다.
예루살렘의 유대인과 아랍인들은 대체로 서로 분리된 구역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특히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시(市) 당국으로부터 재정적인 차별은 물론 거주권을 박탈당할 수 있는 등 신분상의 차별을 받고 있다.
일부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시 다른 구역으로부터 차단돼 있으며 67년 전쟁 이후 형성된 유대인 구역에 의해 둘러싸여 고립된 형국이다.
거벽(통곡의 벽)에 인접한 종교성지인 템플 마운트 구역도 휘발성이 강한 구역이다. 지난 7월 아랍계 이스라엘인이 이스라엘 경찰을 살해하면서 성전 입구에 금속 탐지기를 설치하자 분노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유혈 시위가 이어졌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노련한 협상가인 사에브 에라카트는 "만약 미국이 기존 입장을 바꾼다면 중동 평화협상에 참여할 자격을 스스로 잃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압둘라 요르단 국왕도 테러리스트들이 자신들의 이념을 확산하기 위해 지역에 분노와 좌절을 부추기는 데 이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이슬람 조직 하마스는 새로운 주민봉기(인티파다)를 주도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동 수도로 인정할 수도 있으나 그간 트럼프 행적에 비춰 가능성은 희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해 중동평화와 이란 견제 등을 모색해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정착 임무를 맡은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사우디 실권자인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이-팔 평화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 수도 인정 방침에 대해 공식 반대 성명을 낸 사우디 측 입장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지수이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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