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교육감 견제?…충북도의회 혁신·소통 예산 '싹둑'

입력 2017-12-06 11:51  

진보 교육감 견제?…충북도의회 혁신·소통 예산 '싹둑'
충북도의회 한국당, 행복씨앗학교 등 김병우 핵심사업 예산 삭감
교원단체 지원 보조금, 민주시민교육 진흥 관련 예산도 대부분 손대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가 혁신학교(행복씨앗학교) 지원 등 김병우 충북교육감의 공약 및 충북도교육청 핵심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 도교육청에 비상이 걸렸다.
교육위 의사 결정을 수적 우위에 있는 자유한국당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 교육감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위는 지난 5일 도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안(2조5천332억원)을 심사, 21개 사업 27억1천여만원을 삭감했다.


전체 삭감액은 크지 않다. 그러나 도교육청의 핵심 사업이나 신규 정책이 삭감 대상에 올랐다.
주요 삭감 사업은 교육시책 영화관 송출(1억1천여만원 전액) , 소통토론회(3천여만원 전액), 충청권네트워크 분담금 등 학교혁신 지원(9천여만원 전액), 충북행복교육지구 운영(2천여만원 전액), 혁신학교 지원(19억8천여만원 중 9억6천여만원 삭감) 등이다.
충북어린이큰잔치(800만원 전액·전교조 민간보조), 교원단체 교육활동 행사(720만원 전액·충북교총 민간보조), 권태응 어린이시인 학교 등 유관기관 교육행사(1억2천여만원 중 4천여만원 삭감)도 대폭 깎였다.
민주시민 역량강화 교육(1천여만원), 민주시민 인성교육 민간사회단체 지원(4천여만원), 민주시민교육 교과서 발생(1천여만원), 민주시민 교육 원격연수(약 1천만원) 등 민주시민교육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
도교육청이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체계적인 환경교육을 위해 추진 중인 환경교육체험센터 설계비 7억8천여만원도 전액 삭감됐다.
교육계 주변에서는 교육위가 김 교육감이 주창하는 충북교육의 키워드인 '혁신', '소통', '민주시민' 관련 예산에 집중적으로 손을 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민주시민교육과 학교혁신은 지난 정부 때부터 필요성이 인정된 세계교육의 큰 흐름인데 진보교육감의 트렌드로 여겨 견제하려는 의도로 손을 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어린이 큰잔치, 어린이시인학교, 환경교육센터 예산을 삭감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시민교육 활성화와 지원을 위한 민주시민교육 진흥 조례는 도의원 발의로 제정됐다는 점에서 관련 예산 삭감은 교육위의 자기 부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교원단체 보조금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역시 현 김양희 도의장이 교육위에 몸담았던 2015년 대표 발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원단체 교육활동 행사 지원비와 어린이 큰잔치 예산 삭감과 관련, 충북교총과 전교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도교육청은 무엇보다 내년 4년 차로 접어드는 혁신학교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4년간 운영되는 혁신학교에는 매년 4천만원의 운영비를, 혁신학교 준비학교는 1년간 1천만원을 지원해 왔다.
최근 교육위의 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일부 혁신학교가 간식비, 단체복 등 지원 예산을 무분별하게 집행한다"는 질책이 나와 혁신학교 예산 삭감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휴가 기간 제주수련원 업무용객실(비공개 객실) 무료 사용 논란과 관련, 교육위의 요구와 달리 김 교육감이 대도민 공개 사과를 하지 않은 것도 예산 삭감을 부채질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성명을 내고 "도민이 주권자로서 투표로 선택한 정책은 행복교육이었다"며 "정책의 성공을 위해 의회가 역할을 하지는 못할망정, 수적 우위를 이용해 의정활동 기간 내내 행복교육을 방해해 왔던 교육위의 존재 이유를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도교육청은 예산 삭감 사업 대부분 반드시 정상 추진돼야 한다고 보고 의원들을 설득, 예산결산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사업비를 되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만약 이번 정례회에서 관련 예산이 요구액대로 편성되지 않으면 내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조기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jc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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