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지난해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 이후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 중의 하나이기도 한 AI의 발전을 두고 이상주의와 비관론도 교차하고 있다.
물리학자 맥스 테그마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신간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동아시아 펴냄)은 AI와 관련해 제기되는 논쟁들을 종합적으로, 그리고 명쾌하게 정리한 책이다.
AI 시대를 대비하는 '생명의 미래 연구소'의 공동설립자인 저자는 생명을 3단계로 분류한다. '라이프 1.0'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진화할 뿐 설계되지는 않는다. 박테리아가 여기에 해당한다. '라이프 2.0'은 하드웨어는 진화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설계할 수 있는 생명형태로, 인간이 여기에 해당한다. 인간의 신체(하드웨어)는 진화한다. 또 성장하고 학습하면서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수 있다. '라이프 3.0'의 단계에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설계할 수 있다. 저자는 미래의 AI가 바로 '라이프 3.0'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 자신이 AI를 새롭게 정의하게 됐다고 말한다. 자신은 직관과 창의성이 인간적 특성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알파고가 이 두 가지를 보여줬다는 것. 테그마크는 AI가 이제 바둑판을 벗어나 최고의 인간 전략가들에게 도전할 준비를 마친 셈이라고 본다.
책은 AI가 가져올 미래의 모습을 단기와 장기로 나눠 분석한다. 단기적으로는 AI 발달이 많은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개선할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수술 로봇, AI 진단 시스템 같은 방식이다.
지능을 갖춘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도 짚으며 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도 내놓는다. 사람과의 상호작용과 사회적 지능을 요구하는가, 창의성이나 영리한 해법 도출과 관련이 있는지, 예상치 못한 환경에서 일할 필요가 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AI가 인간 수준이나 이를 넘어서는 범용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으로 발달했을 때다. 만약 인간 수준 AGI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저자는 이 질문에 "우리는 알지 못한다"고 답한다. 그럼에도 AGI가 등장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면 그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디스토피아와 이상주의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살핀다.
영화나 문학에 등장하는 미래는 디스토피아적인 시각이 압도적이지만 저자의 견해는 낙관적 입장이다.
책은 우리가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 생각하고 대화할 것을 끊임없이 촉구한다. 또 그 미래 비전은 긍정적이어야 미래를 위해 계획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기술에 큰 권한이 넘어가기 전에 기술을 탄탄하고 이롭게 만들도록 해야 하고 기술이 법을 무용지물로 만들기 전에 법률 체계를 현대화하면 된다. 국제분쟁이 자율무기 군비경쟁으로 이어지지 않게 조정하고 AI가 소득 불평등을 심화하기 전에 번영을 보장하는 경제를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요컨대 만약 우리가 공유한 목적을 향해 협력하는 더 조화로운 인간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이에 따라 AI 혁명이 좋게 끝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생명의 미래를 개선하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내일을 개선하는 것이다. (중략) 미래는 그것을 만드는 우리의 것이다. 설레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에필로그 중). 백우진 옮김. 468쪽. 2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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