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도전…끝없이 영감 줘"

입력 2017-12-06 18:45   수정 2017-12-06 19:18

김다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도전…끝없이 영감 줘"
7일 금호아트홀서 첫 무대…4년 동안 전곡 사이클 완주 계획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그간 독주회에서 베토벤 소나타를 선보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베토벤을 치려면 베토벤으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을 짜고 싶었어요. 베토벤만의 세계, 그 공기에 제대로 들어가고 싶기 때문이죠."
피아니스트 김다솔(28)이 피아노의 '신약성서'로 불리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 연주에 도전한다.
김다솔은 7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 무대에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시리즈의 첫 무대를 연다. 금호아트홀이 베토벤(1770~1827) 서거 190주년을 맞은 올해부터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 2020년까지 4년에 걸쳐 선보이는 특별 기획 시리즈 '베토벤의 시간'의 일환이다.
6일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김다솔은 '왜 베토벤이냐'는 질문에 "끝없이, 끊임없이 영감을 준다"는 답변을 내놨다.
김다솔뿐 아니라 피아니스트들에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피아노 음악의 '신약성서'로 불린다. 그만큼 베토벤의 일생과 서양음악사의 흐름이 응축된 걸작이기 때문이다
예수의 탄생과 죽음, 부활 과정을 통해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신약성서처럼 베토벤 소나타 32곡에는 불멸의 영혼을 향한 처절한 음악가의 투쟁이 고스란히 녹아있기도 하다.
김다솔 역시 "베토벤의 음악은 청중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작곡된 음악으로 보기 어렵다. 그 이상의 차원을 담고 있는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베토벤 음악은 사람보다는 하늘을 향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한 공연당 베토벤 소나타 4곡씩을 연주하게 되는데, 연주를 마치면 어떤 '심지' 같을 것을 느낄 수 있어요. 한 시즌 동안 쇼팽 발라드 전곡(4개)을 한 공연에서 연주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인 적도 있는데, 장점도 있었지만 조금 '투 머치(too much) 쇼팽'인가 싶을 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베토벤은 그런 게 없어요. 끝도 없이 더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아요."
베토벤 소나타에 관해서는 숱한 명연주와 명음반이 존재하지만, 그가 좋아하는 베토벤은 "이성적이면서도 인간미가 느껴지는 연주"다.
"본래 연주할 때 '내가 내는 음이 어땠으면 좋겠다'고 인식하는 자아, 피아노 앞에 앉아 실제 연주하는 자아, 그걸 듣고 있는 자아, 이렇게 3명의 자아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세 사람을 함께 충족시키기가 참 어렵고요.(웃음) 그런데 베토벤에는 이성적이어야 하는 자아, 인간미 넘쳐야 하는 자아까지 추가돼요. 5명의 자아를 충족시키려니 더 힘들지만, 그래서 그 매력에서 더 빠져나오기 어려운 것 같아요."
김다솔은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 소나타 1번과 13번, 11번과 28번을 연주한다. 2020년까지 8번에 걸친 이번 사이클의 프로그램은 모두 김다솔이 직접 짰다.
"베토벤 초기, 중기, 후기 소나타 등을 적절히 배치하려 했어요. 또 캐릭터가 다른 소나타들을 묶으려고 했고요. 관객들이 '이게 한 작곡가의 곡이라고?' 느끼실 만큼 다채로운 베토벤을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부산 출신의 김다솔은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서는 늦은 나이인 11세에 피아노를 시작했지만, 2006년 나고야 국제음악콩쿠르 우승, 통영 윤이상 국제콩쿠르에서 2위 등을 차지하며 곧 두각을 나타냈다.
16세의 나이로 독일로 유학을 떠난 이후 지휘자 미하엘 젠덜링과 함께 모차르트 협주곡으로 독일 전역에서 공연하는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2011년 '금호아트홀 라이징 스타 시리즈'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 관객과 만나기 시작했다.
지난 2014년 뉴욕 필하모닉 내한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성공적으로 연주하는 등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다.
'차세대 피아니스트' 몇 명을 꼽을 때 꼭 언급되는 그지만, 정작 스스로는 자신의 연주에 거의 만족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연주를 끝내고 나면 잘한 건 기억에 안 남고 아쉬운 부분, 마음에 안 들게 친 부분만 기억에 남아요. 제가 바라는 음악에 대한 그림이 너무도 뚜렷해서 그게 안 채워졌을 때 참 속상한 것 같아요. 그러나 제 직업은 항상 스스로 만족을 못 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해요. 어제보다는 오늘 조금 더 연주를 잘하고 싶거든요."
그는 그래서 오늘도 가혹한 '자기 비평' 시간을 견딘다.
"그래도 피아니스트로 사는 것은 정말 행운이에요. 그냥 전 음악이 정말 좋습니다. 점점 더 확고하게 느껴요. 피아니스트로서 굶주림을 항상 갖고 살아가야 한다는 데 대한 불만은 전혀 없습니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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