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 회피용이라는 내부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수십 년간에 걸친 역대 행정부 정책을 벗어나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것이라고 선언한 데 대해 미국 내 유대계는 성향에 따라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6일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계열인 공화유대연합(RJC)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를 역사적 결정으로 극찬했으나 진보계 유대 단체 '제이 스트리트(J Street)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이 심각한 위험을 제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공화당 지도부에 유대계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 격인 RJC는 6일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 발표에 대해 뉴욕타임스(NYT)에 전면 광고를 통해 그가 선거공약을 이행했으며 세계에 명확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치하했다.
RJC는 "역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친구 가운데 한 사람으로 기념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예루살렘 방문 중 서벽(통곡의 벽)에 손을 얹고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RJC 전국의장인 놈 콜먼 전 상원의원(미네소타)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을 인정하는 특유의 조치를 취했다면서 "이제 더 이상 잘못된 뉴스는 없으며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못 박았다.
미국 내 최대 유대 로비조직인 미-이스라엘 공공위원회(Aipac)도 트럼프 행정부의 예루살렘 수도 결정에 원칙적인 지지 입장을 나타냈다.
Aipac은 줄곧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단일 수도로 인정하는 것을 지지해왔다면서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선언과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 이전 착수 결정을 찬성한다고 밝혔다.
Aipac은 그러나 예루살렘으로의 대사관 이전으로 결코 2국가 해법과 동예루살렘에 대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권리 등을 포함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의 결과를 예단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Aipac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이 예루살렘이 '가능한 최종 지위협상의 일부로' 계속 이스라엘의 수도로 남을 것임을 천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2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진보성향 단체인 제이 스트리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 선언이 "아무런 구체적 이익도 없이 단지 심각한 위험만을 수반하는, 도움이 되지 않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제이 스트리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수십 년간에 걸친 초당적인 정책과 상충하는 것으로 이는 아무런 진전도 이룩하지 못한 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하려는 행정부의 기존 공약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혹평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의 안보를 잠재적으로 위태롭게 하고 지역의 아랍 동반국들을 고립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이 스트리트는 또 "이번 선언으로 (대사관 이전 유예를 위한) 행정명령 서명 여부는 의미가 없어졌다"면서 "평화협정 협상에 앞서 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은 대사관의 실제 이전과 동일한 피해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내 저명 유대교 성직자(랍비)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섰다.
수도권(워싱턴) 지역 유대계를 이끄는 데이비드 슈나이어 랍비는 "민감성과 도발 가능성을 감안할 때 미국의 대통령이든 창조주든 한 개인이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러한 결정은 모든 문제에 익숙한 보다 많은 사람에 의해 고려될 필요가 있다"면서 "가볍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슈나이어 랍비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수도 인정) 동기에 의문을 나타내면서 "그의 전력에 비춰 다른 사안으로 관심을 돌리려는 수법이며 '러시아 조사'로부터 우리의 관심을 돌리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개혁유대교연합의 릭 제이컵스 랍비도 "미 대사관이 적절한 시기에 예루살렘으로 옮겨져야 한다는 대통령의 믿음에는 공감하지만, 포괄적인 평화절차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당장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