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수사·검찰은 기소 맡는 권고안 발표…"수사권·기소권 분리해야"
검찰 수사지휘권·직접수사권도 폐지 권고…검찰과 협의 과정 난관 예상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경찰개혁위원회가 경찰은 수사를,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각각 담당하는 수사권·기소권 분리 방안을 권고했다.
이들은 특히 경찰의 독자적 수사를 보장하려면 검사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헌법 조항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위는 7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 대청마루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개혁위의 권고안은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고,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소와 공소유지를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이들은 수사권·기소권 분리 방안을 '선진국형 분권적 수사구조'라며 "검찰에 모든 권한이 집중된 현행 수사구조보다 검·경의 상호 견제·감시가 이뤄지는 분권적 수사구조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 배경을 설명했다.
개혁위는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경찰이 넘긴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경찰이 그 요청에 협력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다.
검찰의 직접수사권도 폐지하고, 경찰관의 범죄에 한해서만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개혁위는 체포영장·구속영장·압수수색영장을 검사만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한 헌법 조항도 개헌 과정에서 삭제하자고 제안했다.
검찰이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악용해 전·현직 검사가 수사대상이 되거나 검찰 출신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에서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정당한 사유 없이 법원에 청구하지 않는, 이른바 '전관예우' 사례가 적지 않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누구에게 영장 청구권을 줄 것인가'는 헌법이 아니라 국회의 입법을 통해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경찰이 직접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이어 개헌 전이라도 검찰이 부당하게 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거나, 경찰 소속의 '영장검사' 제도를 도입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도록 했다.
그 밖에 '조서 재판'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경찰 신문조서와 마찬가지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도 피고인이 법정에서 내용을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증거능력이 인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개혁위는 경찰이 수사권을 갖게 되면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경찰위원회 실질화와 수사경찰 분리와 자치경찰제 도입 등을 통해 시민이 경찰을 통제하고 경찰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오랜 기간 논의 끝에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한 권고안을 마련해준 개혁위에 감사드린다"며 "발표한 개혁안의 취지에 공감하며 실현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다음 달까지 법안을 검토해 조정안을 도출한 뒤 내년 상반기 중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개헌 과정에서는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조항 삭제도 추진한다.
경찰개혁위는 출범 직후부터 '인권친화 수사제도 개선안'과 '집회·시위 자유 보장 방안'을 내는 등 이른바 '인권 경찰'로 거듭날 것을 주문해왔고 경찰청은 방안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그러나 경찰개혁위의 '수사권·기소권 분리' 방안이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검찰의 반대가 예상되는 데다 일각에서는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상당하다. 검사를 거치지 않고 경찰이 직접 영장을 청구하게 될 경우 더 많은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형식상 법률 전문가의 검토 없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인권보호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둘러싸고 논란도 예상된다.
개혁위도 이날 발표한 권고안이 법무검찰개혁위나 정치권 등과 사전 협의를 거친 것은 아니라고 밝혀 이후 협의 과정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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