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 1년] 정의장 "탄핵 경이적인 일…촛불집회 참석못해 아쉬웠다"

입력 2017-12-07 13:00   수정 2017-12-07 14:01

[탄핵소추 1년] 정의장 "탄핵 경이적인 일…촛불집회 참석못해 아쉬웠다"
"이런 역사 반복 안 돼…박근혜, 결단했으면 탄핵까진 안 갔을 것"
"권력구조 제외 개헌 '앙꼬없는 찐빵"…적폐 나오는데 어떻게 묻나"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김경희 서혜림 기자 = 정세균 국회의장은 7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주년과 관련해 "대통령 탄핵은 국가적 불행이지만 그것을 전화위복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국민이 있어 자부심을 갖는다"며 소회를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탄핵된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그 과정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최상위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은 탄핵의 아이러니"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장은 "이런 역사는 절대 반복돼선 안 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더 못한 대통령이 나오더라도 최순실 사태 같은 일이 가능하지 않도록 제도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당시 탄핵이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생각하나.
▲ 탄핵은 사실 최후의 방법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결단하거나 정치적 타협을 통해 그 상황을 타개할 수 있었으면 그게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작년 탄핵소추안 가결은 경이로운 일이다. 의석 분포로 봤을 때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탄핵은 불행한 일이지만,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조기 대선을 잘 치러낸 정도의 민주주의를 이룩한 것은 참 다행한 일이다.
-- 탄핵까지 안 가는 방법이 있었다고 보나.
▲ 만약 박 전 대통령이 하야가 포함된 확실한 정치 스케줄을 제시했다면 정치적 타협에 의해 정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결단은 하지 않고, 개헌 카드를 꺼내 든 구상이 솔직하고 진지하지 못했다.
-- 국회는 대의 민주주의의 정점에 있는 기관인데, 탄핵은 직접 민주주의에 의해 추동됐다. 이에 대한 평가는.
▲ 대의제는 완벽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주권자들이 경우에 따라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의제와 직접 민주주의가 잘 조합되면 더 성숙하고 완벽한 민주주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은 대의제다. 직접 민주주의로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대의제가 부족함을 드러낼 때 언제든 국민이 직접 나설 수 있다.
-- 촛불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나.
▲ 내가 현장에 나타나는 것이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것 같아 현장에는 못 가봤는데, 그래서 아쉽다. 근처 호텔에 투숙해서 한 번 볼까 생각까지 했다. (웃음)
-- 탄핵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긴장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 탄핵 발의 시점이 1단계로 긴박했고, 그다음은 표결이 12월 2일에서 9일로 넘어가는 과정, 그때가 긴박한 상황이었다. 꼭 가결돼야 하는데 일정은 늦춰지고 불확실성이 생기니까, 상황이 긴박했다. 찬성이 221표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 13표가 더 나와 234표였다. 소위 말하는 친박그룹에서도 결단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 탄핵과 같은 국가적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원로로서 제언을 한다면.
▲ 개헌을 해야 한다. 원래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안 돼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씻을 수 없는 아버지의 짐이 있고, 거기에 더해 최순실 사태가 나온 것이 아니냐. 국정 전반에 블랙리스트 사태를 비롯해 많은 문제점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제도의 문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헌법을 개정해 박근혜보다 못한 대통령이 나오더라도 그런 사태가 가능하지 않도록 제도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인데.
▲ 지도자들의 결단만 남았다. 이미 국민 70%가 찬성하고 전문가와 국회의원도 찬성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하자는 것 아니냐. 국가적으로 개헌 분위기가 만들어졌는데 이런 대세를 거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 자유한국당이 반대해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 나는 사실 개헌 발의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헌법 조항은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러나 국회가 못하면 대통령이라도 발의를 해야 한다.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게 순리라고 생각한다.
-- 대통령 발의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고 보나.
▲ 그게 국회의 몫이다. 개헌은 기명투표니, 개개 헌법기관인 의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의원 개개인이 정말로 역사 앞에 떳떳하기 위해 정말 고민할 것이다.
-- 권력구조를 제외한 개헌이라도 해야 하나.
▲ 그것은 옳지 않다. '앙꼬 없는 찐빵'이다. (웃음) 개헌의 핵심은 분권인데, 분권이 없는 개헌은 껍데기 개헌이다. 그것으로는 절대 부족하다.
-- 개인적으로 어떤 권력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보나.
▲ 분권만 이뤄지면 정도의 문제다. 내 생각은 있지만 고집할 생각은 없다. 상대가 있으니 타협해야 한다.
-- 4년 중임제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중임제와 분권형하고 합쳐도 된다. 분권이 되면 단임이냐 중임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제왕적 상황에서 중임은 개악이다. 개헌이 된다고 해도 지금 대통령이 아닌 다음 7공화국부터 적용된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기초를 닦는 것이다.
-- 내각제는 어렵다고 보나.
▲ 국민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 들이미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 탄핵 이후 또 다른 화두는 협치인데, 잘 되고 있다고 보나.
▲ 별로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이번 예산안 처리도 늦어진 것 아니냐. 기간이 짧아 심의가 제대로 안 됐다. 근본적으로 예결위를 상임위화하고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된다. 개헌에 예산 법률주의가 들어가야 한다.
-- 적폐청산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보복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 적폐가 드러나는 것을 묻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없는 죄를 만들고 덮어씌우는 게 정치보복이다. 불법 행위를 한 게 드러났는데 그걸 어떻게 덮나. 그러나 검찰이나 위원회가 피의사실을 공표하면 안 된다. 일정에도 구애받을 필요 없다. 시험도 아니고 데드라인을 정하고 하나. 그러나 없는 죄를 만들거나 표적을 해서 뒤지는 것은 절대 안 된다.
-- 정계개편 흐름도 있는데 다당제와 양당제를 평가한다면.
▲ 다당제가 좋다. 양당제는 정당 하나가 국회를 파행시킬 수 있는 파워를 갖기 때문에 폐해가 더 많다.
kyung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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