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목포→광주→전주 2박3일 방문해 '외연확장 필요' 호소
호남계 "설득 되겠나" 회의적…"합의이혼 제안에 귀가 솔깃" 언급도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예산 정국 이후 첫 현장 행보로 호남을 찾는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에 반발하고 있는 광주·전남·전북 지역을 방문해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것으로, '호랑이굴'에 직접 들어가 승부를 보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보인다.
그러나 호남 중진들은 안 대표가 호남을 방문해도 지역 밑바닥의 차가운 민심을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통합 불가' 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7일 국민의당에 따르면 안 대표는 오는 9∼11일 2박3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해 중도통합과 관련한 자신의 구상을 알리고, 이와 관련한 당원과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할 계획이다.
호남 방문은 안 대표의 계산된 행보로 보인다.
이날 오전 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들 모임인 '국민통합포럼' 조찬 세미나에 직접 참석해 바른정당의 유승민 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균열' 수습을 시도한 데 이어 곧바로 호남을 찾음으로써 당 안팎의 장애물을 하나씩 돌파해 가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대외적으로는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대 파트너인 바른정당과의 공조 수준을 신속하게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지만, 통합 추진력을 잃지 않으려면 내부적으로는 호남계의 반발도 무마하고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특히 안 대표는 이른바 '평화개혁연대'를 구성해 통합 반대파 세력을 규합하고 있는 당내 호남 중진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공을 들인다는 생각이다.
실제 안 대표는 전날 반대파들의 고성과 야유를 감수하면서도 평화개혁연대의 첫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호남 일정과 관련해 안 대표는 먼저 첫날인 9일 전남 목포를 찾는다. 전남도당 간담회를 통해 지역 당원들과 당의 진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튿날인 10일에는 목포에서 열리는 '제1회 김대중 마라톤대회'에 참석한 뒤 광주로 옮겨 지지자 및 지방의원들과 토론회를 하고 외연 확장 필요성을 피력할 계획이다.
11일에는 전북 전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다.
사흘에 걸쳐 평화개혁연대의 주축인 박지원 전 대표(목포), 천정배 전 대표(광주), 정동영 의원(전주)의 지역구를 차례로 방문하는 셈이다.
안 대표 측은 이 기간 무안공항과 새만금에 들러 국민의당이 새해 예산안에 반영한 호남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의 성과를 홍보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안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로부터 구체적인 호남 방문 일정에 대한 질문을 받자 "가서 얘기하겠다"며 언급을 삼갔다. 마지막까지 최대한 신중하게 메시지를 가다듬어 호남 여론에 호소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호남계 의원들은 안 대표의 계획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그런 무망한 설득은 할 필요가 없다"며 냉랭하게 반응한 데 이어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안 대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박 전 대표는 "안 대표가 '호남을 기반으로 외형을 확대하자'고 해왔는데, 이제 '지역구도를 극복하자'고 단어를 바꿨더라"면서 "유승민 대표의 생각에 좀 오염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어제 세미나에서 '(안 대표와) 차라리 합의이혼하는 게 낫지 않나'라는 방법이 제시됐는데, 귀가 솔깃했다"면서 "안 대표가 통합 포기 선언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대표가 통합을 계속 추진하는 이상, 이미 등을 돌린 호남 여론이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안 대표의 평화개혁연대 행사 참석에 대해 "통합을 근본적으로 반대하겠다는 분들의 모임인데, 설득이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통합을 둘러싸고 당내에 감정의 골이 깊다"며 통합 찬반 양측의 의견이 하나로 모일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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