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최향남 감독 "공부하며 야구하는 문화 정착되기를"

입력 2017-12-07 15:24  

'풍운아' 최향남 감독 "공부하며 야구하는 문화 정착되기를"
미국 무대 도전하고 '불모지'오스트리아도 건너간 '개척자'
지난해부터 '공부하는 학교' 글로벌선진학교 지휘봉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3년 안에 이 문화가 자리 잡기만 한다면…."
현역 시절 '풍운아'로 불린 최향남(46) 글로벌선진학교 감독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7일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L타워에서 열린 2017 레전드 야구존 한국프로야구 은퇴 선수의 날 행사에서 공로패를 받은 최 감독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야구도 잘하는 문화가 2∼3년 안에 제대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현재 내 목표"라고 했다.
'투수 최향남'은 늘 과감한 도전을 했다. 누군가는 "무모할 정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1990년 해태 타이거즈(KIA 전신)에 입단한 최향남은 2005년 시즌을 마치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무대에 도전했지만, 꿈꾸던 빅리그 마운드를 밟지 못하고 2007년 국내로 돌아와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그는 2008년 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 진출을 추진했다.
롯데는 최향남의 미국 진출을 허락했고, 최향남은 101달러의 '상징적인 금액'만 제시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했다.
최향남은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프로야구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인 선수로 남았다.
하지만 두 번째 도전도 실패했다. 최향남은 메이저리그 문턱을 넘지 못했고,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2012년 KIA로 돌아왔다.
최향남은 2013년 시즌 종료 후 KIA에 방출을 요청하고 다시 미국 진출을 추진했지만, 새로운 팀을 찾지 못했고 2014년 원더스에 입단했다.
팀이 해체되면서 개인 훈련을 하던 그는 2015년 야구 불모지 오스트리아로 넘어가 세미프로에서 활약했다.
한국 1군, 미국 마이너리그, 일본 독립리그에 오스트리아 세미프로까지 최향남의 발자취가 남았다.
지도자 이력도 남다르다.
최 감독은 2016년 1월 경상북도 문경에서 재능기부로 글로벌선진학교에서 고교생을 가르쳤다. 그리고 8월 정식 감독이 됐다.
글로벌선진학교는 국제화 대안학교로, 재학생의 80%가 외국 대학으로 진출한다. 수업은 모두 영어로 한다.
야구부원도 마찬가지다. 영어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생활도 오후 2시 30분까지는 다른 학생과 다르지 않다.
최향남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정상적으로 수업한다. 이후 3시간 동안 외부에서 훈련하고, 학교로 돌아와 원하는 선수만 한 시간 정도 추가 훈련을 한다"고 전했다.
선수 구성은 '야구를 전문적으로 하는 학교'와 다르다. 최 감독은 "50% 정도는 중학교 2, 3학년이 돼서야 야구를 시작한 선수들이다. 절반 정도가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당연히 '기량'은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다른 야구부에 한참 뒤처진다.



하지만 최 감독 부임 후 격차는 크게 줄었다. 그는 "올해는 전국대회에서 명문 팀과 7회까지는 팽팽하게 싸울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평가도 그렇다.
최 감독은 "사실 야구를 취미로 하는 곳이라면 내가 굳이 있을 필요가 없다. 당연히 우리 선수들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최 감독은 '공부하는 야구부'라는 타이틀을 꼭 지키고 싶어한다.
그는 "매년 1천 명의 고교 야구선수가 졸업한다. 프로에 가는 선수는 100명도 되지 않는다"며 "공부를 꾸준히 한 우리 학교 야구부원은 한결 수월하게 새 길을 찾지 않겠나. 당연히 공부는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최 감독은 더 큰 꿈을 꾼다. 그는 "공부를 꾸준히 한 야구부에 그치지 않고, 이 학교에서 야구로 성공한 학생이 나오면 또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현역 시절 투수 최향남을 지배한 '개척자 정신'은 지도자가 된 후에도 그대로였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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