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마무리" 발언에도…검찰 '적폐수사' 내년에 이어질 듯

입력 2017-12-07 16:41   수정 2017-12-07 16:58

"연내 마무리" 발언에도…검찰 '적폐수사' 내년에 이어질 듯
文총장 발언에 靑·여권 '신속수사 독려' 강조하며 '중단없는 수사' 강조
수사팀 "이제 몸 풀려…못쉬어도 활력 넘쳐"…'MB 연내소환 힘들어' 중론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방현덕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주요 적폐청산 수사를 연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해가 바뀌더라도 '필요한 수사는 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문 총장은 최근 일선 지검장 간담회에서도 '수사에 대한 피로감이나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주요 수사는 가급적 늦지 않게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문 총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해 대외적으로 공개되자, 수사팀 내부의 일부 '강성' 검사들은 '계속 수사'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총장 발언을 놓고 사흘째 정치권과 검찰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 관계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적폐청산 수사가 내년 이후에도 지속할지에 대해 "수사팀 전체가 협심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겠다"라고 말했다.
적폐청산 수사 데드라인을 두고 검찰총장과 수사팀 간 인식에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듯 즉답을 피하면서도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을 내놓아 현 상황에서 가장 무난한 '모범답안'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문 총장의 발언은 '데드라인' 성격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원론적 발언'이자 검찰 주변의 '수사 피로감' 지적과 정치권의 '하명수사' 주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수사' 논란에 대한 방어적 차원의 '가이드라인' 제시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정리돼가는 분위기다.
검찰 전체를 이끄는 문 총장은 문 총장대로, 윤석열 지검장이 이끄는 중앙지검은 일선 수사팀의 입장대로 각자 견해를 드러내 보이는 과정에서 다소 엇갈리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지만, 최종적으로는 '중단 없는 적폐수사'를 하되 '너무 늘어지지 않도록' 유념해서 속도감 있게 진행하자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수사팀 관계자는 2013년 대선자금 수사가 10개월 이상 걸린 점을 언급하며 "검찰이 적폐청산 수사를 5개월 가까이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본격적으로 수사가 진행된 것은 9월 초부터고 이제 3개월 남짓 된 것"이라고 '시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적폐청산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한국사회가 과거에만 발목 잡히고 있다는 보수 야권의 비판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 정부 각 부처가 자체 TF를 꾸려 개혁 작업에 나서면서 한 두 달의 시간이 소요됐고 이후 검찰로 사건이 넘어왔으므로 수사 자체는 세간의 인식만큼 장기간이 아니라는 취지다.
지검 측은 수사팀 분위기를 전하며 연말 이후 적폐청산 수사가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하기도 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충원된 검사들은 파견된 지 한 달 반 정도 됐고, 수사관들은 더 이후에 추가 파견된 인원도 있다"며 "파견 인원들은 이제야 몸이 풀려 열심히 잘해볼 수 있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팀이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명절에도 쉬지 못했지만, 그래도 활력이 넘치고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앞서 문 총장은 5일 대검찰청 기자간담회에서 적폐청산 수사와 관련해 "(국정원 등) 각 부처에서 보내온 사건 중 중요 부분에 대한 수사는 연내에 끝내겠다"며 "수사가 기한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안에 주요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총장 발언이 나온 이후 여야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적폐청산 수사를 두고 그동안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해 온 자유한국당은 문 총장 발언에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입장을 보였고, 여당은 "국정원 수사의뢰 사건에 한정된 얘기"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청와대도 "적폐청산 수사를 속도감 있게 잘 추진하겠다는 의미"라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적폐청산을 강조하는 청와대와 문 총장이 미묘한 온도 차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수사를 이끄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문 총장 간 엇박자가 감지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지난달 8일까지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조사한 국정원의 15대 정치개입 의혹 사건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이 가운데 민간인을 동원한 댓글 공작 및 그와 관련한 사법방해 의혹을 비롯해 보수단체 지원(화이트리스트), 문화계 정부비판 인사 활동 방해, 군 사이버사 댓글 의혹 등 국정원이나 국방부가 수사 의뢰한 의혹들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등 의혹, 세월호 상황보고 일지조작, 2012년 서해 최전방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유출 의혹 등 뒤늦게 수사가 시작돼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들도 많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처럼 다른 기관의 수사 의뢰와는 무관하게 검찰이 먼저 인지해 수사에 나선 경우도 있다.
이들 사건은 검찰에서 피의자 수사를 마치고 기소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일어난 여러 의혹 중 이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 조사가 충분히 진척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내 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는 무리라는 관측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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