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 '효리네 민박' '동상이몽2' '프로듀스101' '어서와…' 등 파란
MBC 파업으로 '무한도전' 등 장기 결방…관찰 예능 여전히 인기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미운 우리 새끼'부터 '김생민의 영수증, '윤식당'부터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까지.
올해도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웃기고 울리며 '가성비 높은' 위로와 안식을 전해줬다. 나 대신 몸을 굴리고 던지며 웃음을 주는 이들과 자신의 일상을 가감없이 카메라 앞에 공개하며 공감을 안겨준 이들 덕에 시청자들은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많은 프로그램이 파일럿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시청자의 심판을 받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몇몇은 정규편성돼 꽃을 활짝 피웠다.
'족장' 김병만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척추를 다쳐 큰 고비를 넘었고, 25년 '마이너'였던 김생민은 남의 영수증을 분석하다 '대세'가 됐다.
◇ '미우새' 20% 돌파…'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5% 위협
2017년에도 예능가 '주류'는 관찰 예능이 차지한 가운데 SBS TV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가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신흥강자로 위상을 굳건히 했다. '미우새'는 지난 5월7일 21.3%, 6월4일 21.5%를 기록하며 예능가 '마의 시청률'이라 불리는 20%를 넘어섰고, 이후에도 계속 막강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미우새'의 인기는 69억 원의 빚을 지고도 씩씩하게 살아가며 허세마저 부리는 이상민의 활약을 중심으로, 남녀노소가 공감하는 '철부지 늙은 아들'들의 모습을 리드미컬하게 조명하는 데 있다.
시청률 20%는 '국민 예능'이라 불리는 KBS 2TV '1박2일'과 MBC TV '무한도전'도 어려운 수치다. '1박2일'이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쳐 20%를 넘어선 게 전부이며, '무한도전'은 막강한 브랜드 파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10% 내외를 오갈 뿐이다.
케이블에서는 tvN '윤식당'과 JTBC '효리네 민박',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홈런을 쳤다. 역시 모두 관찰 예능의 범주에 든다.
배우 윤여정이 인도네시아에서 경영한 '윤식당'은 "당장 저 식당으로 달려가고 싶다"는 반응 속 시청률이 14.1%까지 치솟았다. 국내에서는 길거리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힘든 스타들이 동남아 휴양지에서 식당을 경영하며 외국인 손님을 상대하는 모습은 낭만에 대한 꿈을 건드리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윤식당'은 내년 초 시즌2를 방송한다.
JTBC '효리네 민박'도 8월20일 자체 최고 시청률 9.995%를 기록, 역대 JTBC 예능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며 막을 내렸다. '천하의 톱스타' 이효리가 제주도 자신의 집에 실제로 민박을 치는 콘셉트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MBC에브리원은 개국 10년 이래 시청률 2%를 넘어서지 못하다가 외국인 관찰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통해 단숨에 5% 턱밑까지 올랐다. 11월30일 방송된 핀란드 편의 3화가 전국 시청률 4.805%(닐슨코리아 유료 가구)를 기록했다. 수도권 시청률은 5.955%까지 치솟아 동시간 케이블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들 외에도 전통의 MBC TV '나혼자 산다'와 tvN '삼시세끼'를 중심으로, SBS TV '싱글와이프'와 '내 방 안내서', E채널 '별거가 별거냐'와 '아빠가 보고 있다 - 내 딸의 남자들',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2', MBC TV '발칙한 동거'와 '이불 밖은 위험해', 올리브 '서울메이트', tvN '신혼일기' 등 수많은 관찰 예능이 전파를 탔다.
이중 지난 7월 시작한 SBS TV '동상이몽2 - 너는 내 운명'이 한중 배우 커플인 추자현(38)-위샤오광(于曉光·36) 부부에 대한 관심을 동력삼아 월요일 밤 11시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 시청률은 무의미한 아이돌 오디션 인기
관찰 예능과 함께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2로 대표되는 아이돌 오디션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10~20대 시청자가 타깃층인 만큼 시청률은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낮지만 그 인기는 시청률로 재단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지난 4~6월 방송된 '프로듀스101' 시즌2는 거대한 신드롬을 일으키며 2017년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새벽 2시30분에 끝난 심야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5.2%를 거뒀다는 것 자체다 놀라운 데다, 방송 클립 영상이 3억 뷰를 넘어서고 대부분의 출연자가 커다란 팬덤을 형성하는 등 그 뜨거운 반응은 시청률 50%가 부럽지 않았다.
시청자가 투표로 적극 참여할 수 있고, '꽃미남' 도전자들이 눈물과 땀을 쏟아내며 치열한 경쟁을 펼친 휴먼 드라마가 타깃 시청층을 넘어 30~50대까지 폭넓게 사로잡았다.
'프로듀스 101' 시즌2가 대박을 치자 KBS 2TV가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더 유닛', 엠넷이 '스트레이 키즈', JTBC가 '믹스나인'을 제작해 바통을 이었다.
또 아이돌의 경연은 아니지만 노래 경연 프로그램은 꾸준히 제작됐다. KBS 2TV '불후의 명곡'과 MBC TV '복면가왕', SBS TV '판타스틱 듀오'가 중심을 잡은 가운데 tvN '수상한 가수', 엠넷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 등이 새롭게 선보였다.
◇ 지적 수다 예능 '알쓸신잡'·아껴야 잘산다는 '김생민의 영수증'
나영석 PD는 올해도 열일 하며 tvN의 '보물'이 됐다. '삼시세끼'와 '신서유기' 시즌 3, 4에 이어 '윤식당'과 '알쓸신잡'까지 내놓는 프로그램 모두가 대성공을 거뒀다. 지난 5일 첫선을 보인 '강식당'도 단숨에 5%를 넘어섰다.
이중 '알쓸신잡'은 '지적 수다 예능'을 표방하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최소 40대 이상의 아저씨 뇌과학자, 소설가, 음식평론가 등이 여행하며 수다를 떠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허를 찌르는 재미와 함께 시청률이 7.2%까지 오르는 등 기대 이상의 관심을 끌었다. 이런 인기에 '알쓸신잡'은 지난 10월 시즌2를 론칭했다.
KBS 2TV '김생민의 영수증'은 '돈은 안 쓰는 게 답'이라는 '생민교'를 탄생시키며 개그맨 김생민에게 데뷔 25년 만에 전성기를 구가하게 만들었다. 연예계 대표 '짠돌이' 김생민이 시청자들이 보내온 영수증을 분석하면서 소비 패턴에 대해 충고하는 프로그램이 뭐가 재미있을까 했지만, 김생민의 코믹하면서도 확신에 찬 '절약 설교'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큰 공감을 얻으면서 대박이 터졌다. 결국 KBS는 지난달 26일 정규편성했다.
한편, MBC와 KBS 노조가 지난 9월4일부터 파업을 벌이면서 양 방송사 대표 예능이 오랜기간 결방했다. MBC는 11월14일 파업을 풀면서 예능이 하나둘씩 정상화되고 있지만 KBS는 8일 현재까지도 여전히 예능 결방과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또 SBS TV '웃찻사'가 시청률 부진 끝에 지난 5월 종영하면서 지상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KBS 2TV '개그콘서트'만 남게 됐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