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역사의 아버지'로 불린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부터 현대 민주주의까지 서양을 지배한 정치철학을 상세히 서술한 책이 출간됐다.
서양 정치사상과 정치이론을 전공한 영국 한림원 회원 앨런 라이언이 30여 년에 걸쳐 완성한 '정치사상사'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펴낸 이 책은 분량이 1천400쪽에 달하는 역작이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아우구스티누스, 아퀴나스, 마키아벨리, 홉스, 로크, 루소, 토크빌, 마르크스 등 서양 사상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학자들이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가, 철학자, 신학자, 정치인들이 '인간은 어떻게 해야 자신을 가장 잘 지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한 내용을 소개한다. 신학자라면 '신앙심이 독실한 지배자에게 권력을 부여하라'고 말하고, 권력자의 도덕성을 믿는 사람이라면 '현인의 자유로운 분별력에 맡겨라'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주제를 다뤘지만, 생각보다는 쉽게 읽힌다. 저자는 단순히 사상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시사하는 바를 설명한다.
예컨대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전쟁에 열중했다고 본 투키디데스를 논하면서 현대인이 '민주적'이라는 용어를 어떤 의미로 사용하는지 돌아본다. 고대에 민주주의는 호전적인 특성을 띠었는데, 지금은 인권을 상징하는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저자는 현대 민주주의에 대해 "아테네의 정치보다 합리적이고, 로마의 정치보다 덜 폭력적이며, 르네상스기 이탈리아나 종교개혁기 독일의 정치보다 덜 혼란스럽고 덜 위험하다"면서도 "우리는 민주주의를 찬양할 때 과연 무엇을 찬양하는 것인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2014년 인문학자 남경태 씨가 번역하던 중 사망해 이광일 씨가 원고를 넘겨받아 후반부를 우리말로 옮겼다. 가격은 5만5천원.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