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연구소 '조선시대 개인일기3-서울' 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임명(臨溟·함경도 길주)에 도착해 안장을 푸니, 망망한 운해가 펼쳐졌구나. 저물녘 비바람 세차게 몰아치더니, 역참의 난간을 모두 적셔놓았네."
퇴계(退溪) 이황의 형인 온계(溫溪) 이해(1496∼1550)는 중종 31년(1536) 함경도에 어사(御史)로 가라는 명을 받았다. 그는 5월 1일 서울을 떠나 경기도 포천, 강원도 철원을 거쳐 함경도에 닿았고 5월 24일 서울로 돌아왔다.
이해는 함경도를 다녀오는 여정과 백성의 생활상, 국경 지역 군사시설 정보를 일기 '북행록'(北行錄)에 적었다. 15장짜리 이 일기는 현재 고려대 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북행록은 이해의 문집인 온계일고(溫溪逸稿)에 수록되지 않은 유일본이고, 저자가 직접 친필로 수정하고 보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북행록을 포함해 서울에 남아 있는 조선시대 일기를 조사한 뒤 성과를 요약하고 주요 일기에 대한 설명을 담은 '조선시대 개인일기3-서울'을 펴냈다고 8일 밝혔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 일기 600여 건을 분석해 저자가 쓰거나 교정한 필사본 14건과 초고를 다른 사람이 베껴 쓴 전사본(傳寫本) 5건을 확인했다.
보고서에는 일기 32건에 대한 해제가 수록됐다. 북행록 외에도 류철(1548∼1627)의 영남적고록(嶺南積苦錄), 윤탁연(1538∼1594)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북해쇄설록(北海쇄<물수변에 西>雪錄), 이당규(1625∼1680)의 관북일기 등은 저자의 생애, 구성과 체제, 내용,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3일부터 30일까지 누리집(www.nrich.go.kr)을 통해 조선시대 일기를 수집하고, 강원도·충청도·전라도 지역에 보존된 조선시대 일기를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일기에는 관청이 발간한 사료에 없는 일상의 소소한 기록이 남아 있다"며 "역사성과 학술성이 있는 일기를 발굴하고, 가치 있는 일기는 문화재로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