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권·행정권 불일치]② 지자체 땅 다툼에 주민등 터진 격

입력 2017-12-09 08:35  

[생활권·행정권 불일치]② 지자체 땅 다툼에 주민등 터진 격
주민 편익 고려치 않은 행정구역, 주민불편·피해 가중
산단 이중 경계 때문에 애꿎은 업체만 피해 보는 사례도

(전국종합=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청명센트레빌 아파트단지에 사는 초등학생들은 코앞에 학교를 두고 먼 거리를 걸어서 통학하고 있다.
걸어서 4분여(거리 250여m)면 닿을 수원 황곡초등학교를 놔두고 왕복 8차선 도로를 건너 1.19㎞나 멀리 떨어진 흥덕초교에 다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행정구역상 학군 배정에 따라 가까운 학교를 두고도 먼 길 통학을 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학부모들은 "멀쩡한 학교를 앞에 두고 빙빙 돌아가다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 신도시·혁신도시 경계 구역 통일된 시스템 없어 '혼란·불편' 가중
이는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에서 빚어지는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사실상 한동네에 살지만, 행정구역이 달라 불편을 겪는 전국 일부 지역에서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재도 공사와 입주가 동시에 진행 중인 위례신도시(677만3천여㎡)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 송파구(257만2천㎡·38%), 경기 성남시(280만3천㎡·41.4%), 경기 하남시(139만8천㎡·20.6%) 등 3개 지자체에 걸쳐 조성된 위례신도시도 입주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이 지역에서 제기된 교통과 교육, 폐기물 수거, 행정기관 이용 등의 면에서 딱히 통일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혼선과 불편이 반복되고 있다.
부지의 70%가 수원시 망포동에, 30%가 화성시 반정동에 속한 수원 망포4지구의 경우도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는 곳이다.
7천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모두 들어서면 반정동에 속한 아파트 주민들이 가까운 수원시 태장동주민센터를 두고 약 3㎞나 떨어진 화성시 진안동주민센터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이 생길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 산단 업체 이중행정 처리에 '골머리'…택시업계 '갈등' 여전
새로운 공단조성으로 불거진 유사한 사례도 있다.
1994년부터 조성사업이 시작된 전남 율촌 1산단은 여수시 율촌면, 순천시 해룡면, 광양시 해면 일대 바다를 메워 만든 남부 해안의 대표적인 산단(919만3천㎡) 이다.
3개 지역이 벌인 부지확보 분쟁이 헌법재판소까지 가면서 2006년에야 해상경계에 따라 산단 부지를 나누는 결정이 나왔지만, 지역 경계에 입주한 기업들은 예기치 못한 불편에 시달리고 있다.
한 개 필지가 2∼3개 지역에 걸치면서 지방소득세를 내려고 복수 자치단체에 신고하는가 하면 주민세 납부, 지적측량 등도 중복으로 처리해야 한다.

화재 등 돌발상황이 생기면 소방, 경찰 등 관할이 불분명해 초기 대응 지연이 우려된다.
이러한 현상들은 기초단체 2∼3곳에 걸쳐 조성된 전국 혁신도시 일대에서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큰 도로 하나를 두고 행정구역이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으로 나뉜 전북혁신도시 주민들은 무엇보다 출퇴근 택시 이용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완주지역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늦은 시간 전북도청이 있는 신시가지 등 시내 일대에서 택시 잡느라 전쟁을 벌이기 일쑤다.
주거지와 상업시설이 적은 완주로 갈 경우 빈 차로 돌아 나와야 한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구역 불일치는 주민불편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업계 간 갈등의 불씨도 된다.
충북 진천군과 음성군 택시업계 역시 요즘 혁신도시를 둘러싼 택시 공동사업구역 지정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진천군 내 택시업계는 유동인구가 많은 음성군 맹동면 혁신도시 공용터미널과 상가 쪽에서도 영업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지만 음성군 택시업계가 반대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충북도가 동일 생활권인 점을 고려해 양측의 갈등을 조정 중이지만 택시업계의 입장차가 커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 불합리한 행정구역 '비효율 양산'…"중앙정부 적극 조정 시급"

인접한 용인·화성시와의 불합리한 행정경계조정 문제를 들며 행정 비효율과 주민불편 해소를 위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글을 올린 염태영 수원시장의 하소연은 이런 상황을 잘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염 시장은 "경계조정을 위해 수차례 해당 지자체와 협의했지만 답보상태다"라면서 "광역자치단체의 중재도 강제력이 없고, 해당 지방자치단체 간 합의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어서 광역지자체가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다"며 무력감을 나타냈다.
김연준 충북도 균형발전과장은 "같은 생활권에 있는 주민이나 이전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행정구역이 달라 불편을 겪어서는 안 된다는 명제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를 촉구했다. (윤우용 손상원 이우성 백도인 임채두 임청 기자)
lc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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