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의무교육 대상자 학교 안 보내면 아동학대" 경찰 신고
축구팀 "체험학습조차 불허한 학교에 대한 항의…전학 가겠다"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위장전입과 집단합숙 논란을 부른 충북 보은중학교 유소년축구팀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9일 이 학교에 따르면 유소년축구팀 소속 학생 15명이 지난달 24일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고, 보은군청 앞 축구장에서 축구연습을 하고 있다.
학교 측은 이들을 전원 무단결석 처리하고,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에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신고했다.
학교 관계자는 "연습장에서 만난 학생 중 일부는 '학교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비쳤다"며 "의무교육 대상자를 학교에 보내지 않거나 무단결석을 허용하는 행위는 아동학대와 방임에 해당한다"고 신고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축구팀은 학교 측의 강압적이고 잘못된 행정에 항의하는 '등교거부'라고 반발한다.
축구팀 관계자는 "학교 측이 학생들을 위장 전입자로 만들어 교육참여를 불가능하게 했고, 심지어 잠재적 폭력 가해자로 몰아세웠다"며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고발해 고액의 벌금을 물게 할 것이라는 등의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등교거부 이유를 밝혔다.
유소년축구팀을 둘러싼 문제는 지난 9월 처음 불거졌다.
이 팀은 외지서 들어온 학생 18명으로 꾸려졌는데, 이들 중 한 명의 전학으로 이어진 학교폭력 사건을 조사하던 학교 측이 이들의 집단합숙을 확인해 문제를 삼은 것이다.
학교 측은 해당 학부모들에게 거주지 규정 등 전·입학 조건을 갖출 것과 집단합숙 중단 등을 요구했고, 시한으로 정한 10월 30일까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현지확인을 거쳐 지난달 자진전학을 권하는 가정통신문을 추가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학생 2명은 다른 학교로 옮겨가 현재 축구팀에는 15명만 남아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전·입학 요건을 갖춘 뒤 보호자 보살핌을 받도록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규정에 따라 전학을 권유한 것"이라며 "전·입학 규정을 어긴 학생을 무턱대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축구팀의 주장은 다르다.
팀 관계자는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는 보은군 제안에 따라 유소년축구팀이 만들어졌고, 학교 측도 주소 이전이 어려운 학생에게 후견인 제도를 안내하는 등 학생 전입에 편의를 제공했다"며 "합숙 사실까지 모두 알던 학교가 뒤늦게 입장을 바꿔 학생들을 궁지로 몰았다"고 반발했다.
집단 결석과 관련해서도 학교 측이 체험학습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 등교를 거부한 채 전학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학교와 축구팀 갈등 때문에 애먼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과 충북 남부 아동보호센터도 학생들의 집단 결석과 관련해 아동학대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보호센터에서 현장조사에 착수한 상태여서 결과를 지켜본 뒤 수사 방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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