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차로 줄이고 보행로 확대…세종대로는 10→8차로로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 도심 안 주요 도로의 차로를 축소하고 보행로를 확대하는 '도로 다이어트'가 본격화한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내년 한 해 동안 을지로(3.7km), 퇴계로(1.2km), 세종대로(1.55km) 총 6.45km 구간 차로 축소 계획과 이에 따른 교통 대책을 수립한다.
한양도성 안 서울 도심이 지난 3월 전국 최초의 '녹색교통진흥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서울시는 자동차 운행 제한 등 강력한 교통수요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차로 축소는 도심에 들어오는 차량 숫자를 줄여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걷기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한 핵심 대책 가운데 하나다.
서울시는 일단 퇴계로 2∼5가를 양방향 6차로에서 4차로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차로 숫자나 폭을 줄여 보행공간을 확보한다.
퇴계로는 명동·남대문시장이 있어 방문객이 많고, 물건을 실어나르기 위해 길가에 대놓은 차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혼잡한 도로 여건을 개선해 관광객·보행자가 찾기 편한 곳을 만든다는 게 서울시 구상이다.
마침 서울역 고가 폐쇄 이후 퇴계로의 교통량은 일부 감소한 상태다.
서울시청에서 동대문역사공원에 이르는 을지로 3.7km 구간도 6차로에서 4차로 축소를 검토한다.
서울시는 내년 중 퇴계로·을지로 도로공간재편을 위한 기본·실시설계를 한 뒤 2019년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서울시는 "도로공간재편을 통해 보행공간이 확충되면 사람이 모이고, 지역상권·관광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서울역에 이르는 세종대로 차로 축소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와 맞물려 있다.
서울시는 세종대로 1.55km 구간 10차로를 8차로로 축소하고 보행공간, 자전거도로를 확충한다는 기본 방침을 세웠으나 광화문광장 재편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는 내년 중 세종대로 도로공간재편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과 투자심사 절차를 밟는다. 이 사업에는 총 185억5천만원을 투입한다.
서울시는 '걷기 좋은 서울' 조성과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대의를 앞세우고 있으나 차로 축소 논의 과정에서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을지로·퇴계로는 왕복 6차로지만 사실상 4차로나 다름없다. 을지로의 경우 양옆으로 조명, 철물, 인쇄점포 등이 차례로 늘어서 있어 바깥쪽 차로는 대부분 화물차·오토바이가 점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개 차로를 줄이면 통행속도가 뚝 떨어지고, 화물차들이 뒤얽히면서 혼잡이 극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보행로를 넓힌다면 지금도 보도를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는 상가들의 무단 적치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도 무조건 차로 축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통 상황과 주민·상인 의견을 고려해 차로 축소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주민 의견을 들어보면서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서울역 7017 개장과 함께 회현역∼퇴계로2가 구간 차로를 2개 축소하려 했으나 주민 반발과 교통 악화 우려를 받아들여 1개 축소로 계획을 바꿨다.
차로 축소에 따른 교통 대책 수립도 필요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로를 줄이면 차량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분명하다"며 "차량 우회를 유도하는 등 차로 축소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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