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일상이 詩로, 영화로…짐 자무시 신작 '패터슨'

입력 2017-12-09 10:00   수정 2017-12-09 10:29

반복되는 일상이 詩로, 영화로…짐 자무시 신작 '패터슨'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미국 뉴저지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패터슨(애덤 드라이버 분)은 버스 운전사다. 아침 여섯 시쯤 일어나 아내 로라(골쉬프테 파라하니)의 꿈 이야기를 듣고 간단한 아침을 먹은 다음 출근한다.
퇴근하면 집에서 식사하고 애완견 마빈과 함께 산책을 나간다. 동네 바에서 이웃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집에 돌아간다. 다음날도 비슷한 시각에 잠에서 깬다.
짐 자무시 감독은 영화 '패터슨'에서 자신이 사는 도시와 같은 이름을 가진 패터슨의 일주일을 관찰한다. 패터슨의 단조롭고 규칙적인 일상에 차이를 불러오는 건 시다. 패터슨은 운행을 시작하기 전 운전석에서, 아내가 싸준 점심을 먹으면서, 집에 돌아와 지하에 있는 작은 방에서 시를 쓴다.
영화는 패터슨의 시를 통해 매일 다를 것 없는 일상이라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들여다보면 특별할 수 있다고 관객을 설득한다. 영화에서 가장 먼저 소개되는 패터슨의 시는 '우리 집에는 성냥이 많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아침을 먹다가 식탁에 놓인 성냥갑을 발견하고 떠올린 시다. 성냥이 일으키는 불꽃은 아내를 향한 사랑의 표시가 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패터슨의 일상은 거의 똑같다. 비슷한 시각에 나타나는 직장 동료의 푸념마저 똑같다. 그러나 패터슨이 아침에 눈을 뜨는 시각은 매일 몇 분씩 차이가 나고, 동료가 가진 불만의 이유는 조금씩 다르다. 카메라는 패터슨의 일상을 매일 같은 앵글로 비추지만, 패터슨의 어제와 오늘은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패터슨'은 일상의 차이와 반복에 관한 영화다. 어제 쓴 시를 오늘 조금 고쳐 쓰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발견하는 작은 차이가 쌓여 삶이 완성된다고 영화는 말한다. 쌍둥이는 이런 차이와 반복의 메타포로 등장한다. 패터슨은 출퇴근길에 옷차림마저 같은 쌍둥이들을 유난히 자주 마주치는데, 일란성 쌍둥이라 할지라도 분명히 서로 다른 존재다.



영화에는 짐 자무시 특유의 미니멀리즘과 사소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관찰력이 집약돼 있다. 영화에 투신하기 이전에 문학청년이었던 짐 자무시는 패터슨과 마찬가지로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를 존경해 20여 년 전 그가 살았던 패터슨을 찾아갔다고 한다.
특별출연한 일본 배우 나가세 마사토시도 영화 말미에 패터슨을 방문해 그의 발자취를 더듬는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패터슨에게 노트를 선물하며 말한다. "때론 텅 빈 페이지가 가장 많은 가능성을 선사하죠." 영화 속 패터슨의 시는 미국 시인 론 패짓의 작품이고, 열 살 소녀가 패터슨에게 들려주는 시 '물이 떨어진다'는 짐 자무시가 직접 지었다. 21일 개봉.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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