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는 한국 문화의 정수…고전은 시간 들여 번역해야"

입력 2017-12-09 09:25   수정 2017-12-09 10:28

"삼국유사는 한국 문화의 정수…고전은 시간 들여 번역해야"
한국 고전 외국어로 번역하는 뢰벤슈타이노바·맥브라이드 교수



(성남=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고대에 신라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신라시대에 불교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려면 삼국유사를 읽어야 해요. 삼국유사는 옛날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는 창문이에요. 일연이 당시에 전해오던 모든 이야기를 집대성해 만든 책이기 때문이죠."
한국 고전을 체코어로 번역해온 미리암 뢰벤슈타이노바 체코 카를대 교수와 영어로 옮기는 작업을 이어온 리처드 맥브라이드 미국 브리검영대 하와이캠퍼스 교수는 입을 모아 '삼국유사'(三國遺事)가 훌륭한 책이라고 칭송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개최한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두 사람은 손꼽히는 외국의 한국학 전문가다. 한국인 못지않은 식견을 갖춘 이들은 8일 기자와 만나 한국 고전을 번역하면서 느끼는 기쁨과 고민을 털어놨다.
맥브라이드 교수는 "1988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주로 경상도 지역에 머물러서 그런지 신라에 관심이 있었다"며 "한국 고대사와 불교사를 연구하려면 삼국유사를 읽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사(正史)인 삼국사기에는 나라가 허락한 이야기만 기록됐지만, 삼국유사에는 각지에서 전해온 온갖 이야기가 들어 있다"며 "삼국유사에는 그리스·로마신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스토리가 있다"고 말했다.
체코어로 삼국유사를 번역해 2013년 한국문학번역상을 받은 뢰벤슈타이노바 교수도 "삼국유사는 삼국사기보다 다채롭고 정보와 비유적 표현이 많다"며 "삼국유사를 보면 한국의 전통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뢰벤슈타이노바 교수와 맥브라이드 교수는 삼국유사를 번역하면서 겪는 어려움으로 다양한 판본과 원전의 신뢰도를 꼽았다.
맥브라이드 교수는 "삼국유사 판본 중에는 1512년 간행된 임신본(壬申本)이 가장 유명하지만 오류가 많다"며 "인출 시기가 임신본보다 빠른 것으로 알려진 연세대 소장 파른본이 공개되면서 여러 판본을 비교하며 번역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국유사의 저자인 일연이 1289년 세상을 떠날 당시에 삼국유사가 완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학계에서 동일 인물이 작성했는지 논란이 있는 왕력(王歷) 부분을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맥브라이드 교수는 "삼국유사를 번역하려면 한문뿐만 아니라 한국사, 불교를 모두 잘 알아야 한다"며 "그래서인지 수준 높은 삼국유사 영어 번역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뢰벤슈타이노바 교수 또한 번역을 위한 배경지식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문화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풍부한 주석과 설명을 달아줘야 한다"며 "원문이 아닌 한글 번역본은 역자의 해석이 개입돼 있어서 참고 자료로만 활용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모두 삼국유사를 번역했지만, 학문적 취향은 조금 다르다. 뢰벤슈타이노바 교수는 '구운몽'이나 '한중록'처럼 문학 작품의 번역에 집중했다면, 맥브라이드 교수는 한국의 불교 서적에 관심이 많다.
뢰벤슈타이노바 교수가 앞으로도 한문으로 된 짧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체코어로 옮길 계획이라고 하자 맥브라이드 교수는 삼국사기 열전과 1989년에 갑자기 등장한 박창화의 '화랑세기' 번역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번역하다 보면 항상 시간이 문제입니다. 한국 고전에는 다른 글에서 인용한 문구가 많아서 원전을 찾다 보면 시간이 걸리거든요. 깔끔하고 좋은 번역을 하려면 연구자들이 반드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맥브라이드 교수)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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