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고아 돌본 딜비를리이 하사·부인 장례식…부부가 같은 날 별세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6·25 전쟁에 파병돼 한국 고아 소녀를 딸처럼 보살핀 터키 참전용사가 유족과 양국 국민의 배웅을 받으며 마지막 길을 떠났다.
8일 오후(현지시간) 이스탄불 위스퀴다르 셀리미예 사원에서 6·25 참전용사 쉴레이만 딜비를리이 하사의 장례식이 터키참전용사협회 주관으로 거행됐다.
이날 장례식에는 유족, 6·25 참전용사, 터키군 관계자, 영화 '아일라' 제작진과 출연진 등 7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한국 측에서는 차영철 주(駐)이스탄불 총영사와 박용덕 한인회장 등이 조문했다.
차 총영사는 한국 정부를 대표해 유가족과 참전용사협회에 조의를 표했다.
전날 딜비를리이 하사는 이스탄불의 하이다르파샤 수련연구병원 집중치료실에서 눈을 감았다.
고인은 한국에서 알게 된 5세 전쟁 고아에게 '아일라'라는 터키식 이름을 붙여주고 딸처럼 따뜻하게 보살폈고, 고아 소녀도 딜비를리이 하사를 '터키 아빠'로 부르며 따랐다. 두 사람은 70년 후 참전용사 기념사업회 등의 도움으로 재회했다.
터키 아빠와 아일라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올해 터키에서 '아일라'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돼 상영 중이다.
이날 의식은 부부 합동장례식으로 거행돼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딜비를리이 하사가 숨을 거둔 지 약 12시간 후, 65년을 해로한 부인 니메트씨(85)도 남편을 뒤를 따랐다.
한국 딸, '아일라' 김은자(72) 씨는 이날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멀리 한국에서 터키 아빠를 보냈다.
김 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어제 밤새 잠이 오지를 않더라"며 애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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