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자협회-KIST 세미나서 도핑컨트롤센터 연구실 공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내 연구실. 테이블 위에 놓인 기기에는 길이 5cm짜리 작은 시료 병이 가득 담겨있었다. 연구원들은 기기에 연결된 모니터를 보며 자료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이곳 도핑컨트롤센터는 내년 2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도핑'과의 싸움 준비에 한창이었다. 도핑은 선수들이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금지 약물을 복용하는 것을 뜻한다.
권오승 도핑컨트롤센터장은 8일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KIST 세미나에서 기자들에게 1천364㎡ 면적(약 413평)의 센터를 공개했다. 시설 안에서는 물질의 질량을 분석하는 기기와 원심분리기 등 다양한 실험기기를 볼 수 있었다.
보안을 위해 센터는 출입카드를 가진 사람만 통과할 수 있으며, 시료를 가진 연구원이 지나는 모든 경로에 CCTV가 달려 있다.
연구실에서 만난 손정현 선임연구원은 "우리가 감기약을 먹으면 소변이 노래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색을 띠는 것은 약물의 대사체 때문"이라며 "도핑 약물을 쓸 때도 소변에 약물의 대사체가 들어있어, (소변을 분석하면) 도핑 약물을 알아낼 수 있다"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실제로 도핑 검사에서 가장 많이 쓰는 시료는 소변이다. 근육량을 키우는 남성호르몬 계열 약물은 소변에서 대부분 검출된다.
소변 속 대사체의 정확한 성분은 질량을 분석하는 기기로 검출할 수 있다.
권 센터장은 "속도가 빠른 질량분석기로 스크리닝해 의심스러운 시료를 골라낸다. 시료 중 대사체 등이 검출된 것은 정확도가 높은 첨단 질량분석기로 다시 확인한다"라며 "약물이 검출되지 않는 시료라면 24시간 이내에 분석이 끝나고, 약물이 검출되는 시료는 분석에 48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설명했다.
성장호르몬처럼 혈액에서만 검출되는 도핑 약물도 있다.
이에 전체 선수의 15% 정도는 혈액검사를 한다. 혈액검사에는 항체를 이용해, 도핑 약물과 이 약물의 대사체를 잡아내는 방법도 쓸 수 있다.
권 센터장은 "마라톤이나 수영 등 지구력이 필요한 종목의 선수들에 대해서는 혈액검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지구력을 높이고자 수혈을 하는 등의 다양한 도핑 기법도 등장하고 있다.
이에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주요 선수들에 대해서는 주기적으로 소변 및 혈액을 검사하는 '선수 생체여권제도'(Athlete Biological Passport)를 운영하고 있다.
KIST 도핑컨트롤센터는 WADA에서 공인한 국내 유일의 도핑 검사 센터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게임을 위해 1984년 설립, 3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는 "인슐린 등 단백질 약물에 대한 검사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WADA에 제출한 기관은 세계 5개뿐이었는데, 여기 KIST 도핑컨트롤센터가 포함돼 있다"고 센터의 우수 기술을 알렸다.
현재 WADA가 세계적으로 공인한 도핑 센터는 25개국 28곳이다. 2015년만 해도 32개국 35개 센터가 공인을 받았지만, 러시아 도핑 사태 이후 인증 절차가 강화되며 대거 탈락했다.
공인센터 자격을 유지하려면 1년에 세 차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공인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1년 중 5번 '스파이 시료'의 분석 능력을 확인하는 시험을 거쳐야 한다.
실제로 올해만 콜롬비아, 프랑스, 루마니아, 카자흐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연구소가 시험에서 탈락해 인증을 받지 못했다.
권 센터장은 "시료를 실수 없이, 철저하게 분석해 결과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서도 만반의 준비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준비 중 하나로 센터는 시료접수부터 WADA 결과 보고까지 전 과정을 전산으로 처리하는 도핑실험실정보관리시스템(LIMS)을 갖췄다.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결과지를 프린트하지 않고 자료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선수 1명당 A4용지로 결과지 400∼500장을 출력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 없이 모니터로 확인한다. 연구진은 이 시스템이 검사 시간을 절약하는 동시에 결과의 정확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권 센터장은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4천 개 소변 시료 속 400여 종의 약물을 테스트하기 위해 대회 기간 136명의 연구인력이 24시간 3교대로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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